전북이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새 정부의 청정에너지 확대 기조에 발맞춰 전북도는 그동안 쌓아온 인프라와 정책 경험을 토대로, 재생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도약하려는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2024년 기준 도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9천833GWh에 달해 전국 2위를 차지한 것은 전북이 에너지 전환의 선도지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전북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본격적인 전기는 2018년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서 시작됐다. 이후 새만금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단지가 속속 들어서며 관련 연구기관 유치와 전문 인력 양성, 수소산업 기반 확충 등 클러스터화 전략이 전개됐다. 하지만 지난 정부의 원전 중심 정책 기조와 전력 계통의 포화 등 구조적인 한계로 인해 한동안 성장에 제동이 걸렸던 것도 사실이다.
현재 전북은 다시 한번 기회를 맞고 있다. 새만금 내측 태양광 중심의 3GW, 군산·서남권 해상풍력 중심의 4GW 등 총 7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단지가 조성될 경우, 도 전체 전력 자립은 물론 국내 에너지 대전환의 견인차 역할도 기대된다. 특히 서남권 해상풍력 사업은 고창~부안 해역에 14조7천억을 투입해 추진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로, 2031년 완공하면 지역경제에도 엄청난 파급 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수소에너지 부문에서도 전북은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전주~완주 수소시범도시를 시작으로, 수소용품 검사인증센터, 고분자연료전지 신뢰성평가센터, 폐연료전지 자원순환 특화센터 등 기술 상용화 및 인증 기반을 탄탄히 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재생에너지 대전환’은 기후위기 대응과 국가산업체계 개편을 위한 미래전략이다. 대통령실에 기후환경에너지비서관을 배치하고 기후에너지부 신설까지 추진한 것 역시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이다. 이에 발맞춰 전북이 제안한 ‘재생에너지 누리길’은 주목할 만한 지역형 모델이다. 전북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기업과 국가, 국민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정책은 RE100을 추진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니즈에도 부합하며 국가 탄소중립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제도와 행정의 뒷받침 없이는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 급속히 늘어난 재생에너지로 인해 전력계통 포화 현상이 심화되며, 도내 변전소들이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돼 신규 발전사업이 제한되고 있는 현실은 시급한 개선 과제다. 정부는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지정 확대, 수상태양광 발전사업자 신속 선정 등 필요한 행정 절차를 적기에 이행해야 한다. 분산형 전원 확대와 재생에너지 지산지소 실현을 위한 규제 개선도 절실하다.
전북의 에너지 전환 전략은 대한민국 전체의 에너지 미래를 바꾸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과 함께 도민들의 관심, 기업과 지자체 간 유기적인 협력이 병행돼야 한다. 기후위기의 시대, 전북은 다시 한번 국가적 전환의 교두보로서 자신감을 갖고 나아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