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덕진공원 건지산에 초고층 아파트를?
    • 김관춘 / 논설위원
    • 전주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는 덕진공원 건지산이 거대한 개발 논리에 휘둘리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전주시는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응한다는 명분 아래,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내세워 초고층 아파트 건설을 포함한 대규모 개발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환경 훼손, 주거환경 악화, 절차적 정당성 훼손 등 심각한 문제가 우려되거나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행정 결정의 문제가 아니라, 전주시의 도시 미래와 시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사안으로 인식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은 본래 취지에서 크게 어긋난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가 공원 부지를 확보하고 녹지를 유지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다. 민간사업자가 사유지를 매입하고 일정 비율은 개발해 이익을 얻되, 나머지를 공원으로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전주시는 이 제도를 오히려 개발 사업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통로로 변질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법정 상한선(30%)에 육박하는 29.9% 개발 비율을 허용하면서, 건지산 일대는 보전보다는 아파트 단지 조성의 전초기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이는 공원 보전을 명분 삼아 사실상 난개발을 허용하는 꼴이다.

      시민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공원녹지아파트 호성동 공동비상대책위원회와 전북환경운동연합은 “공원 보전보다 개발 이익에 초점을 맞춘 사업”이라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교통 혼잡, 일조권 침해, 경관 파괴 등 생활 환경 악화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특정 민간업체가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구조라면 누가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더구나 광주(10%), 수원(14%) 등 타 지역은 시민 여론을 반영해 개발 비율을 대폭 줄였음에도, 전주만이 최대치에 가까운 개발을 허용한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전주시는 변명에 급급하다. “부지 면적이 광주보다 훨씬 작아 사업성이 떨어지고, 지역 여건에 따라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행정 편의적 논리에 불과하다. 도시공원은 사업성 여부로 재단할 대상이 아니다. 전주시민에게 건지산은 단순한 땅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 공유해온 중요한 환경 자산이다. 지방채 발행까지 감수하며 덕진공원 매입에 2173억 원을 투입한 것이 ‘시민을 위한 선택’이었다면, 그토록 어렵게 지켜낸 부지를 다시 민간 이익을 위해 내주는 모순된 행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심각하다. 이번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컨소시엄에 포함된 농업법인의 자격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농어업경영체법상 농업법인은 부동산 개발업을 영위할 수 없는데, 전주시는 고문 변호사의 자문만을 근거로 참여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일부 업체가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행정의 중립성과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전주시가 법적 해석을 자의적으로 끌어다 쓰며 특정 사업자를 두둔하고 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행정이 시민보다 사업자 편에 서 있다는 불신은 이 때문에 증폭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강조한 것처럼 정책이든 사업이든 모든 행정은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의 사고에서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전주시가 이러한 갈등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업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시민을 무시하는 태도이자, 민주주의의 기본인 주민 자치를 훼손하는 행정 독선이다.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개발 비율을 상한선에서 내려 최소 10~15% 수준으로 줄이고,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전주시는 “조정 여지가 있다”는 모호한 발언만 반복할 뿐, 실질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제는 분명히 말해야 한다. 건지산 특례사업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공원 보전과 시민의 삶을 도외시한 채, 사업성만을 이유로 개발 논리를 앞세우는 행정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특히 공공 자산을 특정 민간업체의 이익 창출 수단으로 내주는 방식은 미래 세대에 대한 배신이다. 지금 전주시가 해야 할 일은 ‘어떻게 아파트를 지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건지산을 지킬 것인가’이다.
      도시의 경쟁력은 초고층 아파트 몇 동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질, 녹지와 문화 공간의 보존, 시민 신뢰에서 비롯된다. 전주가 지속 가능한 도시로 거듭나려면, 건지산은 개발 대상이 아니라 소중하게 지켜야 할 보물이어야 한다. 전주시는 지금이라도 사업 중단을 선언하고, 시민과 전문가, 환경단체가 함께하는 새로운 협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시간은 많지 않다. 불투명한 절차와 무리한 개발 논리로 강행된 사업은 결국 법정 다툼과 사회적 갈등을 키울 뿐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이 떠안게 된다. 전주시는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변명으로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덕진공원 건지산은 전주시민 모두의 것이며, 행정 편의주의나 민간업체의 이익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지금 전주시가 선택해야 할 것은 개발이 아니라 보전이며, 행정 독선이 아니라 시민의 신뢰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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