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한국은행 전북본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북의 자영업자 수는 불과 1년 새 10.2% 감소했고, 특히 숙박·음식업의 폐업은 전년 대비 26%나 늘어났다. 전주와 도내 시군 곳곳에 붙은 ‘임대’ 안내문은 단순한 종이 쪽지가 아니다. 그것은 지역 골목경제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이며, 생업을 지키지 못한 이웃들의 절규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독점적 플랫폼 기업 ‘배달의민족’은 수수료와 광고비 인상으로 자영업자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 2024년 배민은 4조3천억이 넘는 매출과 6천억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두었다. 불과 1년 만에 매출이 1조 가까이 폭증했으니, 이익의 원천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묻지 않아도 알 일이다. 주문이 늘어도 자영업자는 빚만 늘고 소비자는 계속 오르는 배달비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 이것이 골목경제의 민낯이자 불공정 시장의 현실이다.
이에 맞서 지역 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배민규제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수수료 상한제 도입, 광고비 전가 금지, 입점업체의 단체 협의권 보장 등은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미 공정거래법과 소상공인 보호법 등 현행 법률로도 제도적 뒷받침이 가능한 만큼, 국회와 정부는 하루빨리 입법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횡포를 견제하지 못한다면 지역경제의 회생은 요원하다.
동시에 공공배달앱의 도입은 중요한 대안이다. 경기도 ‘배달특급’, 대구 ‘대구로’, 광주 ‘위메프오’, 전남 ‘먹깨비’ 등 이미 여러 지역에서 성공적 사례를 증명하고 있다. 수수료 0~2%, 광고비 없는 구조는 자영업자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고 지역화폐 결제와 연계해 소비 순환을 지역 안으로 묶어둔다. 공공이 주도하는 배달앱은 단순히 민간 기업과의 경쟁을 넘어 시장 불공정을 바로잡고 지역경제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는 사회적 공공재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러나 전북에는 아직 광역 차원의 공공배달앱이 없다. 전주와 군산이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시도했으나 인지도 부족과 예산 한계 탓에 파급력이 미미했다. 이제는 전북도가 직접 나서야 한다. 개별 시군의 시도를 하나로 묶고 도 차원에서 통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북 경제 회복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
물론 공공배달앱이 하루아침에 거대 독과점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그러나 도와 지자체, 정치와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제도를 개선하고 대안을 키워나갈 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다시 숨을 고를 수 있다. 더불어 소비자에게도 합리적인 선택지가 제공된다면 지역경제는 상생의 선순환을 되찾을 수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서 있는 골목에서부터 민생회복이 시작돼야 한다. 전북형 광역 공공배달앱 구축과 배민규제법 제정은 단순한 제도 개혁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살리는 생존 전략이다. 독점 플랫폼의 탐욕으로부터 자영업자와 골목경제를 지켜내는 일에 도민 모두가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로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만 침체된 전북 경제를 다시 일으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