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강 보 해체와 반도체, 억지 연결은 설득력이 없다
    •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 보 해체 아닌 물 관리 문제, 트집 아닌 구조로 봐야

      4대강 보 해체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일부 정치권에서는 보 해체가 반도체 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하며, 산업과 정책을 연결시키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준석 대표가 “미국은 반도체 산업에 물을 대는데 우리는 물을 뺀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며 선거와 산업을 연관짓지 말라고 주장한 것은 논쟁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문제의 본질을 짚었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부터 말하면, 4대강 보 해체와 반도체 산업은 직접적인 인과 관계로 연결되는 사안이 아니다. 반도체 산업은 물 사용량이 많은 산업이지만, 그 용수 공급 구조는 특정 하천의 보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다. 국내 주요 반도체 생산시설은 다목적댐과 광역상수도 체계를 통해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받고 있으며, 자체 정수 및 재이용 시스템도 고도화돼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은 하루 수만 톤 이상의 물을 사용하지만, 상당 부분을 재이용하고 있다. 이는 외부 수자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구조적 대응이며, 특정 하천 수위 변화가 곧바로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 않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보 해체가 반도체 산업을 직접 위협한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보다는 정치적 해석에 가깝다.

      물론 하천 수위 변화가 지역별 취수 여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는 보 해체라는 단일 변수의 문제가 아니라, 가뭄 대응, 대체 수원 확보, 용수 관리 체계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동하는 영역이다. 다시 말해 국가의 물 관리 시스템이 핵심 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과 보 해체를 단순하게 연결하는 발언이 반복되는 것은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이다. 정책은 사실과 구조 위에서 평가돼야 한다. 정부의 사업 계획과 물 관리 체계를 충분히 검토한 뒤 비판하는 것이 정상적인 공론의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 없이 일부 사례나 단편적인 논리를 끌어와 산업 전체를 위협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정치적 비판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과 동떨어진 채 이슈를 확대 재생산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오히려 공론의 질을 떨어뜨릴 뿐이다. 반도체 산업은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축이며, 물 관리 역시 국가적 과제다. 이 두 가지를 단순한 구도로 엮어 대립시키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논쟁은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되짚어볼 기회가 되어야 한다. 보를 유지할 것인가 해체할 것인가의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산업용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다. 기후 변화와 가뭄, 산업 수요 증가를 동시에 고려한 통합적 물 관리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4대강 보 해체를 둘러싼 논쟁이 진정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감정적 공방을 넘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을 끌어와 불안을 자극하는 방식이 아니라, 데이터와 구조를 기반으로 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역시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질 때 비로소 설득력을 갖는다.

      4대강 보 해체는 산업을 위협하는 문제가 아니다. 물 관리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 본질을 외면한 채 트집잡기식 논쟁에 머문다면,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자명하다. 이제는 논쟁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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