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체류’ 54.7%의 착시. 스쳐 가는 통계 넘어 ‘소비형 정주’로 체질 바꿔라
    •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 등록인구 4.2배라는 수치의 착각, 실상은 11.7시간 머물다 떠나는 단기 방문
      - 관제 축제·일회성 유치 탈피하고, 야간 경제·장기 체류 인프라로 지역 경제 살려내야


      호남지방데이터청이 발표한 최근 통계 데이터는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전북특별자치도가 안고 있는 체류인구 정책의 서글픈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도내 10개 인구감소지역의 연평균 생활인구가 약 254만 명으로 등록인구(약 49만 명)의 4.2배에 달한다는 수치는 겉보기에 꽤 훌륭해 보인다. 외지인들이 전북을 꾸준히 찾고 있다는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치의 껍데기를 한 자풀 벗겨내면 곧바로 참담한 한계와 직면하게 된다. 체류인구 전체 규모가 전년 대비 1.7%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방문객 중 무려 54.7%가 단 ‘하루’만 머물다 떠나는 단기 방문자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평균 체류시간 11.7시간, 숙박객 중 1일 숙박 비중 61.1%. 이 정교한 수치들이 말해주는 진실은 명확하다. 수십만 명의 외지인이 전북을 찾아오지만, 대부분은 낮에 잠시 들러 식사 한 한 끼를 하거나 풍경 사진 몇 장을 찍은 뒤 해가 지기도 전에 타 광역시도로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지역에 밤을 지새우며 돈을 쓸 공간도, 머무르고 싶은 유인 요소도 제공하지 못하는 ‘스쳐 지나가는 관광’의 고착화다. 체류인구가 등록인구의 몇 배니 하는 화려한 통계 착시에 빠져 있는 동안, 정작 지역 골목상권과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지방소멸 대응의 핵심 축으로 떠오른 ‘생활인구’ 개념은 단순히 스쳐 가는 방문객 수만 늘리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지역에 지속적으로 머물며 소비를 일으키고, 지역 주민과 관계를 맺으며 경제 생태계에 피를 돌게 만드는 ‘실질적 정주 파급효과’가 핵심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11.7시간만 머물다 떠나는 구조에서는 아무리 수백만 명의 체류인구가 집계된다 한들 지자체 지방재정과 지역 상권에는 별다른 보탬이 되지 않는다. 전북도와 14개 시·군의 체류인구 정책이 근본부터 전면 재검토되어야 하는 이유다.

      전북이 ‘54.7% 하루 체류’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짜 돈이 도는 ‘체류·소비형 생태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전략적 대전환이 시급하다.

      첫째, 일회성 관제 축제 위주 예산 투입을 지양하고 ‘야간 경제 및 체류형 인프라’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단 몇 시간 동안 사람들을 모으고 끝나는 단발성 행사나 도로 정비 수준의 사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밤에도 관광객이 머물며 즐길 수 있는 야간 문화·경관 콘텐츠, 고품격 숙박 시설, 그리고 지역 특산물과 연계한 야시장 및 밤거리 상권을 획기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낮에 온 방문객을 밤까지 주저앉히는 ‘1박 2일’ 이상의 체류 고리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둘째, 지역별 특성에 맞춘 ‘핀셋형 장기 체류 프로그램’의 본격화다.
      통계에서 보듯 김제시는 재방문율(53.0%)과 평균 체류일수(4.3일)가 높고, 장수군은 평균 체류시간(12.6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이처럼 각 시·군이 지닌 고유한 강점을 살려 ‘농촌 한 달 살기’, ‘워케이션(Workation) 거점 센터’, ‘은퇴자 체류형 휴양 단지’ 등 관계인구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맞춤형 정주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셋째, 도내 주요 관광·문화 자원 간의 광역 교통·숙박 연계망 구축이다.
      부안, 남원, 정읍 등 체류인구가 많은 거점 시·군과 인근 지역을 하나의 묶음 패키지로 연결하는 광역 순환 교통망과 할인 연계 시스템을 다져야 한다. 방문객이 한 지역에만 잠시 들렀다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전북 내 다른 시·군으로 이동하며 연쇄 숙박과 소비를 일으키도록 유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통계는 속일 수 없다. ‘하루 체류’ 54.7%라는 숫자는 행정의 자족감을 경고하는 서늘한 신호음이다. 숫자를 부풀리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정을 당장 중단하라. 도민과 소상공인이 진짜 바라는 것은 숫자의 화려함이 아닌, 지역 상권에 온기가 도는 ‘실속 있는 체류’다. 전북도정은 이제 스쳐 가는 나그네를 잡고, 그들이 전북의 산과 바다와 마을에 오래도록 머물며 내일을 함께 꿈꿀 수 있는 ‘진짜 체류형 생태계’를 완성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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