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 해외 판로 개척이라는 미명 아래 자행된 편법 계약과 ‘나눠먹기’ 관행
- 성역 없는 철저한 감사와 공공계약 시스템의 전면적 대개혁만이 공공기관의 신뢰를 되찾는 길이다
지역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공공기관의 지원 사업은 언제나 투명성과 공정성이 최우선 철칙이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본보 보도를 통해 불거진 (재)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베트남 메가어스 엑스포(MEGA-US EXPO)’ 관련 수억 원대 우회 지원 의혹은 도민들에게 큰 충격과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고귀한 목적이 특정 민간 조직이나 대행사를 지원하기 위한 편법적 통로로 변질되었다는 의혹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2022년부터 수년간 국·도비 등 막대한 공적 자원을 투입해 글로벌 마케팅 및 해외 판로 개척 사업을 주도해 왔다.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예산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정식 공공계약 절차나 공정한 경쟁 입찰 단계를 비켜간 채, 특정 기업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집행되었다는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이다. 앞서 전북대학교와 전북콘텐츠융합진흥원 등 도내 타 유관기관들이 주관한 유사 사업에서도 대행사 독식 및 편법 예산 집행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터라, 이번 사태는 일선 공공기관들의 예산 집행 시스템이 얼마나 안이하고 부실하게 운영되어 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공공기관의 예산은 도민의 피땀 어린 세금으로 채워진다. 특히 창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경제적 약자인 스타트업을 뒷받침해야 할 창조경제혁신센터가 투명한 계약 원칙을 무시하고 ‘깜깜이 집행’의 온상이 되었다면, 이는 기관 존재 이유 스스로를 부정하는 꼴이다. 공정해야 할 공공의 자금이 특정 세력이나 연고 관계에 따라 우회 지원되었다면 이는 행정의 타락이자 엄중한 법적·도덕적 책임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고 무너진 공공 신뢰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2022년부터 집행된 메가어스 관련 예산 전반에 대한 성역 없는 철저한 감사와 자금 흐름 추적이 시급하다. 전북특별자치도는 모든 감사 권한을 동원해 지난 수년간 투입된 국·도비의 정산 내역, 계약 체결 과정, 특정 대행사 선정 배경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단 한 푼의 혈세라도 목적 외로 유용되었거나 편법 계약 정황이 드러난다면 관련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즉각 환수 조치해야 마땅하다.
또한 이번 사건이 비단 한 기관만의 문제가 아님이 증명된 만큼, 도내 유관기관들의 해외 마케팅 및 보조금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계약 시스템 개혁이 수반되어야 한다. 전북도 산하 모든 공공기관과 출연기관이 수행하는 민간 위탁 및 대행 용역 계약에서 수의계약 남용을 원천 차단하고, 철저한 공개 경쟁 입찰과 투명한 사후 평가 제도를 의무화하는 구조적 대수술에 나서야 한다.
더욱이 지원 사업의 본질을 되살려 실질적으로 스타트업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사업 구조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행정과 유관기관의 실적 채우기나 특정 대행사 배불리기로 전락한 전시성 글로벌 행사를 과감히 도려내고, 예산 집행 과정을 도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며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효성 있는 지원 체계로 재편하는 결단이 절실하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스타트업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야지, 불투명한 예산 집행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서는 안 된다. 80%의 혁신적 창업 지원을 응원함과 동시에, 부패와 편법을 파헤치는 20%의 날카로운 감시와 비판의 시선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사법당국과 도정은 이번 우회 지원 의혹에 대해 한 치의 의혹도 남김없이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서고, 추락한 공공기관의 도덕성을 바닥부터 다시 다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