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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활발한 논쟁으로 올바른 인물 선택


4. 13 총선을 앞두고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 이지출판>을 펴낸 이춘구 교수(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는 활발한 논쟁을 거쳐 올바른 사상을 가진 올바른 인물을 선택하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제대로 된 인물을 선택하고, 그 사람들로 하여금 국정을 맡기는 게 주권자인 국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라고 보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치열하게 유세를 벌이는 과정을 사상의 자유시장(marketplace of ideas)으로 해석하며, 토론과정을 통해 진리에 도달하고 주권을 형성하며 주권을 제대로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유민주주의의 초석인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확충
시민 자치(自治) 이상을 실현하는 방안 연구에 대한 고민


먼저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을 내게 된 것은 어떤 동기에 의해서 유발된 것입니까?

우리가 헌법상 추구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인데 실제로 자유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국민은 주권자로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 이 책을 집필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공화정 체제로 바뀐 지가 7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권위주의적 정치문화와 남북분단, 동서지역간의 갈등, 계층간 대립 등으로 제대로 된 토론문화가 없다는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보려고 한 것입니다. 원론적으로 얘기하면 자유민주주의의 초석인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확충하고, 시민이 스스로 통치하는 즉 시민 자치의 이상을 실현하는 방안 연구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려고 한 것입니다.


30년간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많은 문제에 부딪쳤을 텐데 <사상의 자유시장>하면 거대한 이데올로기의 담론이 연상되는데 어떤 걸 의미합니까?

이는 거대한 이데올로기 문제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한 생각, 즉 사상들도 자유롭게 주고받자는 것입니다. 진리가 허위와의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우리는 진리에 도달할 것이다. 영국의 유명한 철학자 존 밀턴이 1644년에 출간한 아레오파지티카라는 책에서 한 유명한 말입니다. 바람이 부는 들판에서 허위와 진리가 싸우게 하면 진리가 승리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검열을 받지 않는 표현의 자유가 절실하며, 제도적으로 언론의 자유가 절대적으로 요청된다고 봅니다. 밀턴의 주장은 근대시대의 이정표적인 이론으로 오늘날 자유민주주의의 토대를 구축하는 주요한 계기를 이룹니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며, 진리가 항상 승리하고, 공동체 구성원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며, 공동체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사회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공동체 구성원은 자신이 갖고 있는 사상과 지식을 시장에 내놓고 검증을 받아야 하겠죠. 


여러 가지 화두를 두고 고민했을 텐데 사상의 자유시장과 관련된 것을 든다면?

  우리나라도 춘추전국시대의 백가쟁명, 백화제방의 활발한 사상적 토론이 가능할까? 미국처럼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누릴 수 있을까? 안보와 정치적 사건, 경제와 인권문제 등의 보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기자 시절에 늘 고민하는 문제였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인이 안고 있는 고민이겠죠. 언론인들 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들이라면 함께 고민하는 화두일 것입니다.
  저는 우리 역사를 반추해보면 충분히 풀 수 있다고 봅니다. 홍익인간 재세이화(弘益人間 在世理化)라는 개국이념에서 그 해법을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선택된 인물들이 바로 상고시대의 여러 단군들입니다. 우리는 뛰어난 지능과 지혜 그리고 신바람의 민족성을 가진 만큼 백가쟁명 백화제방의 사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은 영국과 미국 등 서양에서 발전된 이론인데 우리에게도 그런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네요?

  저는 우리 역사 전체에 걸쳐 미국과 영국, 그리스 등에서 논의되는 사상의 자유시장을 유추할 수 있는 장면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제 식민사관이 신화로 폄하하는 고조선의 개국과정을 보면 그리스의 아고라, 광장처럼 신시에서 만인의 논의에 의해 임금이 세워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홍익인간 재세이화의 숭고한 개국이념은 사상의 자유시장 유추의 결정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개국과정에서 국인입위군(國人立爲君), 백성이 임금을 세워 임금으로 하게 했다는 기록을 토대로 우리 민족공동체의 국가건립에 대한 결단과 그 실천 과정을 탐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상의 자유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신단수 아래 신시, 여기서 많은 토론을 거치고 올바른 인물을 선택한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단군시대로부터 내려오는 만장일치의 의사결정제도인 화백회의, 천제를 지내고 피난자들을 보호하던 소도, 우리 고유의 사상인 풍류도, 부여의 영고나 고구려의 동맹 등 제천의식을 시원적 형태의 사상의 자유시장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고대 도시국가나 마을 공동체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활발한 논쟁이 펼쳐지고, 그 시대와 상황에 맞게 진리를 찾아내고, 그를 바탕으로 국가나 공동체의 운명을 이끌고 왔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왕정시대로 들어서면서 활발한 상소나 간언, 향약과 같은 마을 공동체의 의사결정 등에서 사상의 자유시장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같은 흐름은 동학혁명, 3?1운동, 독립운동 등을 통해 계승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잠재력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고 국가공동체의 명운을 개척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영국과 미국식의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에 대해 접근해보려고 했습니다. 사실 언로가 막히고 사상의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에서는 독재로 흐르기 쉬우며, 공동체는 침체와 퇴보에 머물 것입니다. 반대로 언로가 트이고 사상의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면 자유민주주의가 꽃을 피우며, 공동체는 안정과 균형 속에서 지속가능한 창조적 발전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은 영국에서 시작된 것인데 발전과정을 설명해주시죠?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은 영국에서 싹을 틔우고 미국으로 건너가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로 꽃을 피우게 됩니다. 식민시대에 영국의 압제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사전억제를 받지 않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새로운 국가건설에 가장 절실한 과제임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주권자들이 모여 일반의지를 형성하고, 이 일반의지의 결단에 따라 국가공동체를 형성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알 권리가 보장되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자연스럽게 보장돼야 하는 것이죠.
  사상의 자유시장은 은유로서 관념적이지만 실제로 존재하며, 국가권력의 행사 등을 통해 실제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사상의 자유시장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국가권력 행사에 등장한 것은 미국 아브람스사건에서 밝힌 홈즈 연방대법관의 소수의견입니다. 이 사건은 1919년 미국 정부가 러시아 혁명에 반대해서 군대를 파견하는 것을 비판하는 소형책자의 발간 문제를 다루는 것인데, 다수의견은 이 같은 행위를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는 것으로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홈즈 연방대법관은 소수의견으로 이 같은 선동적 표현도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사상의 자유시장을 처음으로 인정한 판시이며, 미국에서 언론의 자유를 꽃 피우게 한 결정적 판결입니다.
홈즈 연방대법관의 기여가 결정적으로 보여지네요?

  예, 그렇습니다. 홈즈는 인간의 역사는 조상들의 죽음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풀이해보면 더 나아가 인간의 사상은 과거 기존 사상의 죽음 위에서 발전한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홈즈는 1925년 기틀로우사건에서 또 다시 기억에 남을 만한 의견을 냈습니다. 그는 “모든 사상은 선동이다.”고 전제하고, “결국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표현된 믿음들이 공동체의 지배세력에 의해 수용될 운명이라면, 자유로운 언론의 유일한 의미는 그 믿음들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또 자신의 길을 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역설합니다.
  미국이 영국의 식민통치를 끝내고 새로운 국가를 건설할 당시의 상황을 반영하는 입장이며, 그만큼 사상의 자유시장에 대한 기대를 표현한 것으로 봅니다. 일제 식민통치를 겪어야 했던 우리로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입니다.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이라고 할 때 시장은 실패하기 마련이잖아요? 미국적 이론으로 보면 이에 대한 논쟁도 많을 텐데요.

  경제학적 관점의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은 고전학파가 융성하고, 시장의 실패가 크지 않을 때에는 거의 그대로 통용됩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시장이 변화하고 시장의 실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은 여러 비판에 직면하게 됩니다. 특히 고전학파가 전제로 한 이성적인 인간상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시장의 자동조정 기능이 근본부터 도전을 받게 됩니다. 미국 역사가 오래되고 자본주의가 성숙하면서 건국 전후의 사회사정과는 크게 달라지게 됩니다.  언론이 기득권층의 편견과 이익을 대변하는 기능에 그치게 된다는 비판마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도경제학적 접근론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언론과 대학, 학교, 종교, 도서관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은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을 보다 더 현실적으로 이해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접근이자 이론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으로 봅니다. 사실 여러 비판론도 사상의 자유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사상의 자유시장을 부정하기보다 사상의 자유시장의 완벽한 기능을 바라는 의미에서의 접근법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같은 점에서 저는 사상의 자유시장은 국가공동체의 주요 의사결정의 장이라는 점에서 미국 언론법, 헌법학에서는 살아있는 개념이라고 봅니다.


사상의 자유시장은 관념상의 존재인데 현실세계에서는 어떻게 인지할 수 있나요?

  미국에서는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이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방송의 자유 등에 대한 이론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간적 측면에서 공적 토론장으로 구체화하고, 또 이를 확대하려는 노력들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그 역사만큼이나 많은 사상의 자유시장 판례와 표현의 자유의 판례와 관련 이론이 축적되고 있습니다.
  언론의 공정성 원칙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냉각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폐기되고 맙니다. 하지만 이 공정성 원칙은 의회 내에서 활발하게 주장되는데 공화당은 언론의 자유의 위축이라는 점에서 부활에 반대하고, 민주당은 언론의 자유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부활하려고 시도합니다.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을 통해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신장시켜야 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에서 특별히 추구할 수 있는 것은 미국 헌법학자 에머슨이 정리한 수정헌법 제1조의 4대 보호법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유로운 표현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1) 개인의 자기실현을 보증하는 수단으로서, (2) 진리에의 도달 수단으로서, (3) 정치적 의사결정을 포함해 사회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사회 구성원의 참여를 확보하는 수단으로서, (4) 사회에서 안정과 변화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수단으로서 필수적인 것으로 보는 게 4대 보호법익입니다.
  에머슨은 한계문제나 다른 가치들과의 조화와 관련 없이 독립적이고 적극적인 측면에서 4대 가치들을 고려합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표현의 자유의 책임성, 언론의 자유의 책임성을 담보하는 법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 법익을 지키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한계이고 언론의 자유의 한계인 것입니다. 이번 저술은 이 같은 방향성에 주목하고 사상의 자유시장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잇습니다.

언론이 제4부라고 하는데 앞으로도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 연구의 지평을 넓혀나가야겠습니다. 

  사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후 사상의 자유시장을 유추하는 것은 미국과 영국 등의 예와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미국이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특성을 고려하면 우리의 경우도 미국 이론의 직수입이 상당부분 타당성이 있다는 판단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에 대한 연구는 우리의 경우 깊게 진전되지 않았다고 하겠습니다.
  우리의 경우 언론은 ICT 등의 기술발달에 따라 다채널 다매체의 무한 경쟁시대로 돌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독재 논리와 자유민주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면서 미국과는 상당히 다른 사상의 자유시장을 목격하게 되는 게 현실입니다. 그만큼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의 연구가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영국과 미국 등의 이론을 충분히 해석, 전달하고, 우리 역사와 법 감정에 맞는 우리식의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을 정립해야 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언론을 제4부라고 하는데 저는 지금까지 분석을 토대로 언론은 제1부라고 수정하고자 합니다. 사상의 자유시장의 구체적 형태가 곧 언론이기 때문입니다. 이 언론을 통해 주권이 형성되기도 하고 실천되기도 합니다. 사상의 자유시장의 주체는 국민이며, 이 시장에서 국민이 곧 진리에 도달하고, 주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국민은 제1부인 언론을 통해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택하고, 사법부를 견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언론은 최대의 자유를 누리며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국민을 대변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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