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귀 명인' 식품명인1호+무형문화재 동시에
'대한민국 식품명인 1호'와 '전북무형문화재 제6-4호' 타이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장인 '조영귀'.
동시에 2가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전국적으로 그리 많지 않아 눈길을 끈다.
벽암스님으로 불리고 있는 조 명인은 불교에 귀의한 종교인으로 현재 수왕사의 주지스님이다.
지난 1960년대 말부터 모악산에 자리한 '수왕사'에 머물면서 스승 이석우로부터 '송화백일주'의 전통 제조법을 전수받고, 연구·보급·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 국내 유일 사찰법주, 완주 수왕사 '송화백일주'
'송화백일주'는 전북 완주군 모악산 정상근처에 있는 사찰인 수왕사의 법주다.
한마디로 절에서 빚어 내려온 술인 것이다.
보통 불가에서는 살생·간음·도적질·거짓말과 함께 술을 금하는데, 스님들은 어떻게 술을 마실 수 있었던 걸까.
수왕사는 모악산 800m고지 절벽 아래에 위치해 있다. 스님들은 찬바람이 도는 얼음장 같은 바위나 마루에서 수련을 했고, 병이 쉽게 찾아들었다.
고산병·위장병·냉병 등 갖은 질병과 장애를 치료해야 했고, 이를 위해 송홧가루,솔잎, 산수유,오미자, 구기자 등 좋은 재료를 넣어 술을 빚었다.
한마디로 이 술은 깊은 산속에서 수행하는 승려들의 건강을 지키고, 기를 보충하기 위해 만들어 마시던 약주인 것이다.
조 명인은 " '술을 금기시하는 사찰의 주지가 웬 술이냐'고 하시는 분도 있지만, 제가 빚는 '송화백일주'는 말 그대로 소나무꽃을 주원료로 담근 후 100일동안 소나무 밑에 묻어둔 보약이다"고 말했다.
'송화백일주'는 조선시대 명승이자 '작은 석가'로 불린 진묵대사가 수왕사에서 수도할 때 빚어 마신 '곡차'에서 비롯됐다. 진묵대사에서부터 이어진 제조법은 수왕사 주지스님에게 대대로 전수됐고, 현재는 대한민국 전통식품 제1호 조영귀 명인이 그 명맥을 잇고 있는 것이다.
▲ '송화백일주' 어떻게 만드나
먼저 통밀로 만든 누룩과 고두밥에 오곡(보리,콩,조,수수,팥)과 솔잎,댓잎을 넣어 발효주를 만든 후, 증류한다. 이후 증류한 술에 송홧가루와 산수유, 오미자, 구기자 등의 한약재, 꿀을 넣고 100일동안 저온 숙성한다. 그후 다시 여과과정을 거쳐 알코올도수 38도의 송화백일주를 완성한다.
이 술은 원숙한 맛을 내기위해 3년을 묵힌다. 증류주는 약주와 달리 오래 숙성할수록 맛이 부드러워지고, 숙성 시간이 오래일수록 맛은 더 좋아진다.
이렇게 얻어진 송화백일주는 부드럽고 독특한 향을 낸다.
▲ '좋은 재료'에 '최고의 물맛'이 더해진 술
송화백일주의 맛은 어떨까? 송화백일주는 최고의 물과 원료를 자랑한다.
절 이름이 '물의 왕'이라는 수왕사(水王寺)이기에, 우리나라 최고의 물이 베이스가 된 것이다.
원료 또한 최고다. 조 명인은 최고의 송화를 채취하기 위해 전수자인 조의주씨, 전수보조인 조민수씨까지 동원한다.
송화는 늦봄에 채취하는데, 포대로 10자루정도의 솔잎과 송절을 채취해야 겨우 한봉지 정도의 송화만 나온다. 이를 위해 농약을 쓰지 않은 좋은 소나무를 찾는 등 힘쓴다.
술에 들어가는 재료인 찹쌀과 멥쌀, 한약재 등은 모두 모악산 자락에서 조달한다.
이렇게 최고의 물과 원료가 만나 만들어진 송화백일주를 마셔본 한 전통술 칼럼니스트는 "송화향이 아주 잘 잡혀있다. 향은 솔 향보다 더 짙고, 색은 투명한 노란 빛이다. 첫맛은 쌉쌀하고 뒷맛은 달콤하다. 소나무의 풍성한 향을 느낄 수 있다"고 표현했다.
▲ "전통술, 제조과정과 기술의 중요성 전승해야죠"
현재 송화백일주의 명맥은 조 명인의 속가 아들로 전수자인 조의주씨가 잇고 있다. 전수보조로는 조민수씨를 두고 있다.
전수자 조의주씨와 전수보조 조민수씨는 각종 축제나 공개시연 행사에서 사람들에게 술 짓는 방식과 전시 등을 통해 송화백일주를 홍보하고 있다.
전수자 조의주씨는 송화백일주는 많이 마시는 술이 아니라고 말한다. 단순히 도수가 높고 낮음을 떠나, 술 한모금 속에 수왕사가 가진 정신과 문화, 지역의 역사까지 전부 내포하고 있으니 말이다.
조 명인은 "많은 양의 술을 제조하는 것보다는, 소량이더라도 고품질의 술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취하려고 마시는 술이 아니며, 한 모금씩 음미하며 마시는 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결과물인 술이 지정된 것이 아니며, 그 제조과정과 기술의 중요성을 전승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무형문화재로서 전통술의 가치와 의미를 활용하려는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록 소량판매하고 있지만 한모금 맛보면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송화백일주'.
그야말로 수왕사의 문화가 그대로 담긴 '살아있는 술'이다.
/황은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