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조석래(80) 회장이 조세 포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조세포탈 범죄의 경우 사적으로 이익을 취득하지 않았다고 해도 엄중 처벌한다는 방침을 법원이 이번에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횡령·배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으며 조 회장은 고령과 건강 상태 악화가 받아들여져 법정구속을 면했다.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부분은 분식회계를 통한 법인세 1238억 원 포탈 혐의다. “분식회계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채권단 압박으로 떠안은 부실 자산을 정리하기 위한 시도로 보이지만 1970년대 수출경제 시기부터 관행적으로 이어져 왔다는 사정이 분식회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엄중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그러나 ‘경영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했기 때문에 무죄’라는 효성 측의 주장도 일리가 없지 않다. 저간의 사정을 보면 분식회계의 시초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 회장은 부실기업이었던 종합상사 효성물산에 대해 주주로서의 권한을 포기한 채 청산하는 방법을 고려했으나 정부와 금융당국의 거센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효성물산을 (주)효성에 합병해 물타기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정부가 제시한 부채 비율을 맞추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것이다. 효성 측은 “IMF 때 회사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경영 판단이었다”며 “당시 직원 고용 불안을 해소하며 주주들 재산을 지킬 수 있었고, 탈루한 세금은 2013년에 모두 납부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이처럼 기업 측으로서는 항변의 여지가 크고 그동안 십수 년간의 기업 정책과도 얽히고설켜 있는 사건이다. 전경련도 “법적 잣대로만 보면 불법으로 볼 수 있겠지만 효성은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2심에서는 법원도 이러한 모든 사정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무전유죄(無錢有罪)도 안 되지만 유전유죄(有錢有罪) 역시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