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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소설가 한강이 쓴 '채식주의'가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맨부커상 인터내셔날 부문 수상작으로 뽑히는 영애를 안았다. 한국 문학 사상 처음으로 세계적 문학상을 받는 이번 수상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작지 않다. 아시아 작가중 처음으로 이 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은 문단이나 단체, 어느 한 곳에서 도움과 지원을 받지 않고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와 단 둘이 결과를 일궈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이로써 한국문학이 비영어권 언어가 갖는 패배감을 걷어내는 계기가 됐다.
47년 역사를 지닌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공구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며 영연방 작가에게만 한정하다 2005년 국제 부문을 만들어 세계로 넓혔다. 그간 필립 로스 같은 세계적 작가들이 수상했고 올해도 노벨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무크를 비롯해 쟁쟁한 후보들이 경쟁했다. 심사위원들은 그중에서 '채식주의자'를 만장일치로 뽑았다.
수상작 '채식주의자'는 육식을 거부하며 말라가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연작소설이다. 주인공의 육식 거부는 어릴 적 받은 깊은 정신적 상처에서 비롯한 것으로 암시된다. 육식 거부는 모든 폭력을 거부하는 주인공의 몸부림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인간의 폭력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에 촛점을 맞췄다.
한강은 13살 때 아버지가 보여준 5·18 광주항쟁 사진첩의 희생자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그때부터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깊은 물음을 품게 됐다고 한다. 5·18을 직접 다룬 한강의 작품은 '소년이 온다'지만, '채식주의자'도 5·18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커다란 상처를 근원에 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이 5·18 기념일에 즈음해 국제적인 상을 받은 것은 그래서 의미를 더한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작가와 함께 번역자를 공동 수상자로 뽑는다.상금도 작가와 번역자 둘이 나눈다. 그만큼 번역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다. '채식주의자'의 경우, 작품을 영어로 옮겨 세계에 처음 알린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함께 상을 받았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한국 문학이 세계로 나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 좋은 번역이라는 당연한 사실이다.
'채식주의'는 해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전후해 기대와 실망을 거듭해 온 국민들에겐 큰 기쁨과 위안이 아닐 수 없다. 문단(文壇)과 문학도들에겐 한국 문학이 국제 무대에서도 각광 받을 수 있다는 용기와 믿음을 줬다. 표절 의혹과 문단권력 논란 등에 독자들이 떠나고 있는 문학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우리는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한국문학 부흥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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