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대우조선 사태, 국책은행과 감사원이 책임져야 한다

지난 15일 감사원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출자 회사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결과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조선사 부실을 방치한 차원을 넘어 사실상 방조해온 실태가 드러났다. 국책은행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넘어 어이가 없을 정도다. 또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감독해야할 감사원도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산은은 기업의 재무상태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통제시스템을 갖추고도 이를 대우조선에는 활용하지 않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분식회계를 잡아내지 못했다. 또 대우조선이 묻지마 식으로 자회사를 늘려나가도 그냥 넘어가 1조원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3조원을 넘어선 와중에 대우조선이 임직원 격려금 877억원을 지급한 것조차 막지 않았다.

또한 대우조선은 지난해 단일기업으로 역대 최고인 5조원의 적자를 내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투입된 혈세만 7조원이다. 앞으로 얼마가 더 들어갈지 모른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원인에는 산은의 무책임한 주먹구구식 기업 관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권력과 가까운 낙하산 인사들이 산은의 요직을 장악해 온 결과일 것이다. 이런 구조에선 위아래를 막론하고 전문성과 책임감·도덕성을 기대할 수 없다. 대우조선의 차장급 직원이 8년간 회삿돈 180억원을 빼돌린 끝에 구속된 것도 부도덕하고 무능한 경영진과 감독은행을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특히 감사원은 산은과 수은의 전·현 경영진 5명에 대한 감사 결과를 금융위에 통보해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하고, 직원 7명은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출자회사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해 부실을 키운 책임이 크다. 그 결과는 국책은행 부실로 이어졌고, 한국은행 발권력을 동원한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 조성을 앞두고 있다. 이는 시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조치이다. 게다가 수많은 조선 노동자는 구조조정에 따른 실직 위기에 있다. 그러나 당시 최고 책임자였던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김용환 전 수은 행장은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선산업 부실 책임을 지고 물러나도 모자랄 판에 영전한 것이다.

대우조선 부실에 대한 책임 규명은 감사원 감사와 국책은행 임직원 징계로 끝낼 일이 아니다. 뒤에 숨어 부실을 조장한 실체를 밝혀내야 한다. 홍 전 회장이 고백한 대로 조선사 지원과 관련한 주요 결정은 청와대와 정부, 금융당국 고위 인사에 의해 이뤄졌다. 국책은행이 출자회사에 대한 관리와 감독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이른바 ‘윗선’이 있다. 산은과 수은의 임직원 징계에 그친다면 감사원이 감사 범위를 축소한 셈이 된다. 몸통은 그대로 둔 채 깃털만 솎아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회 청문회나 검찰 수사를 통해서라도 진실을 밝히고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