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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은'더치페이법'이다

전 세계가 인정하는 청렴국가의 상징인 싱가포르의 반 부패법은 가혹할 정도로 엄격하다. 뇌물을 받거나 제공한 경우 우리 돈으로 약 9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뇌물을 받지 않았더라도 받을 의도를 드러내면 범죄가 성립한 것으로 판단한다.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한 싱가포르는 혼란과 빈곤 속에 아시아에서조차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평범한 도시국가에 불과했다. 불세출의 지도자 리콴유 전 총리는 싱가포르를 세계에서 법 집행이 가장 강한 나라, 아시아 최고의 청렴국가로 만들었다.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을 진두지휘 한 리콴유 전 총리는 부패방지는 선택이 아니라 국가생존의 문제이고, 반부패 정책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굴복시켜야 한다며 부패 척결에 국운을 걸었다. 이런 청렴함이 싱가포르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경제를 성장시킨 동력이 됐다.
오는 9월 ‘김영란법’ 발효를 앞두고 참 말들이 많다. 선량한 일반인들에게는 그 많고 많은 법 가운데 또 하나가 생기는 것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터인 데 이 법을 두고는 왜 그리 말들이 많을까.
‘김영란법’은 공직자나 공직자에 준하는 사람들이 불편해 할 법이다. 적용 대상은 줄잡아 300만명이 넘는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을 입증해야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을 무력화시킨 점이다. 100만원 이상 받으면 이유를 불문하고 처벌이다. 식사접대, 선물, 경조사까지 포함됐다. 법 적용 대상자는 직무 관련자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 5만원 이상의 선물,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받지 못하게 돼 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의 뇌물관련법이다. 이 법은 쉽게 말해 ‘더치페이 하자’는 것, ‘빽 쓰지 말자’는 것, 그런 문화를 법을 통해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경제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들이 많다. 부정부패를 척결하자고 만든 법인데 경제와 무슨 상관성이 있어서일까. 고급 한정식집이나 일식집에서는 경기불황 속에서 공무원 등 공공부문 손님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소상공인협회는 명절 매출 하락을, 어민들은 굴비를 어떻게 파느냐고 울상이다. 심지어 한우협회는 ‘김영란법’을 ‘수입 쇠고기 장려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여성경제인협회는 ‘경제개혁 타격’ 등을 운운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조차 최근 언론사 보도편집국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우리 경제가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했다.
모두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을 해보자. 말 그대로라면 지금까지 공직자들은 서민들은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비싼 한우와 굴비를 선물로 받아 호의호식 했다는 뜻이다. 공직자들이 얼마나 많은 고가의 선물을 받고 있기에 명절 매출에 지장을 주고 경제개혁까지 타격을 준다는 말인가. 이런 논리라면 엄격한 부정부패방지법을 가동하고 있는 경제대국 싱가포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안 되는’ 이유를 대자면 한도 끝도 없다. 반부패법은 보통 사람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어떤 사람이 부패를 저지른다면 그것은 본인의 이득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다. 국가의 이익은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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