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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포퓰리즘을 경계한다


관행으로만 여겨지던 친인척 보좌진 채용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요즘 여의도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정치적 이슈로 떠올랐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손보기 위한 국회의장 직속의 자문기구가 이번 주 초 출범한다고 한다. 서영교 의원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으로 촉발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다. 이 기구는 앞으로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각종 특권을 검토해 존속과 폐지·수정 등의 의견을 제시하게 된다. 특히 국회의원의 보좌진 친인척 채용 등 잘못된 관행에 대한 폐지는 물론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에 관한 개선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이슈가 된 배경에는 바닥으로 떨어진 국회의 신뢰도가 있다. 지난해 3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를 보면 국가기관이나 단체 중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가장 낮은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법부·행정부·검찰·경찰·언론계·군대·노조 등 13개 조사대상 기관 중 제일 낮은 수치다.
‘특권 내려놓기’의 또 다른 배경에는 불평등한 한국 사회에 분노한 여론이 있다. 한국 사회는 노력이나 능력이 아닌 상속·세습 등이 더 좌우하는 사회로 점철돼 왔다. 부당한 기득권이 은폐되고 정당화되는 과두 특권 독점체제가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다.
국회는 행정부 관료와 달리 국민이 직접 뽑는다. 그만큼 도덕성이나 여타 행위 등에 대한 국민들의 민감도가 다른 직업보다 월등히 높다. 자신들이 뽑은 대표자가 불균등한 기회를 남용하니 국민들은 더욱 분노하는 것이다.
문제는 국회 차원에서 이뤄지는 ‘특권 내려놓기’ 논의가 이러한 여론에 대해 올바른 응답을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는 점이다. 현재 정치권의 반응은 여론에 대한 포퓰리즘 적 반응에 불과하지 국민들 불만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은 아니라는 비판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국회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번번이 여야 간 관행에 대한 ‘암묵적 동의’에 가려 법제화되지 못했다. 지난 2004년 17대 국회 당시 4촌 이내 친인척의 보좌진 채용을 막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하나의 관건은 속도감 있는 입법과 제도화다. 여야가 모두 특권 내려놓기 특위를 가동하고 국회의장 직속으로 자문기구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그간의 국회 행태를 볼 때 여전히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안팎으로 각종 악재가 겹치고 사회 양극화 및 세대·계층 간 갈등도 깊어만 가고 있다. 이런 갈등을 풀어갈 국회의 책무가 크다. 이제 정치권의 ‘특권 내려놓기’는 구체적 결과로 보여줄 때다. 정치권의 ‘특권 내려놓기’가 여야 간의 이해다툼이나 인기영합주의, 입법부 견제 등으로 흘러서는 결코 안 된다. 지금 절실한 것은 개헌이 아니라 국회 권력의 삭감과 절제다. 개조할 대상은 바로 국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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