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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은 전주 시민에게 약인가, 독인가
전주 한옥마을 숙박업소들이 급기야 할인 경쟁에 빠져들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공인중개업소에는 상가를 매물로 내놓고 싶다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2011년 고작 11개에 불과했던 한옥마을 숙박업소가 5년 새 277개로 난립하면서 출혈경쟁이 불가피해진 까닭이다.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한옥마을에 대한 비판과 우려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과도한 경쟁과 심각한 상업화로 인해 정체성이 훼손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쯤해서 ‘한옥마을은 전주 시민에게 약인가, 독인가?’라는 의문을 재차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예전의 모습을 잃은 전주. 더 이상 평온하고 넉넉하지 않은 전주. 음식을 먹기 위해서든, 산책을 위해서든 일부러 이곳을 찾는 전주 사람은 거의 없다.
한옥마을은 전주시민에게는 ‘소외된 섬’이나 다름없다. 전주 현지인과는 철저하게 유리된 세계다. 전주다움을 잃어버리고, 전주 시민에게는 외면 받는 별도의 관광 특구다. 한옥마을의 토지도 이미 전주 사람들의 것이 아니다. 부동산 투기장이 되면서 지가가 천정부지로 뛰고, 가게임대료는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임대료가 오르니 상업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가난한 예술인들은 모두 도시 외곽으로 쫓겨났다. 한옥마을은 외지자본의 집합체로 변모됐다.
전주인들의 자긍심이란 비싸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다양한 음식, 한적한 도시 분위기, 넉넉한 인심…뭐 이런 것들이었다. 그러나 한옥마을의 상업화가 급진전 되면서 이런 것들은 급격하게 사라졌다. 전주만의 정체성이 빛을 잃었다. 젊은 층 사이에서 한옥마을은 ‘먹방 천국’으로 불릴 만큼 길거리 음식이 넘쳐나고 있다. 구운 오징어나 꼬치 요리 등 너도나도 한손에는 음식을,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한옥마을 관광하고 있다.
관광산업을 미래 무공해 산업으로 추앙하는 마당에 이를 부정하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 도시의 변절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다. 지역민으로부터 외면 받는 관광지가 존속할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인다. 전주다운 넉넉함과 도타움은 사라지고, 혼잡한 도로와 천박한 상업화만 남았다. 단돈 1만 원짜리 한 장이면 신나던 막걸리집도, 그 정취도 찾을 길 없다. ‘전주 음식’의 명성을 찾아, 맛보여 달라는 외지인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음식점도 없다. 전주 한정식 집들은 건물만 커진 채 상업화를 ‘당의정’으로 위장하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이 주는 불편을 ‘전주가 언제 이래본 적 있느냐?’는 거시적 명분으로 감내할 수만은 없다. 모든 상품이 그렇듯 관광지 역시 수명주기가 존재한다. 전주한옥마을은 이제 도약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어 당분간 더 많은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와 같은 관광객 수용태세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성숙기를 넘어 재도약기로 갈수 있다고 보장할 수 없다. 이제 관광정책 패러다임은 양적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옥마을 역시 질적 성장을 꾀해야 할 시점이다. 과유불급이라고, 위기는 항상 쏠림현상이 도를 넘을 때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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