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폭염보다 뜨거운 게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다. ‘요금 폭탄’이라는 무시무시한 말이 연일 언론지면을 도배하고 있다. 올 여름 기록적인 무더위도 지긋지긋한 판에 사는 것마저 고단한 서민들은 이래저래 속이 타들어갈 지경이다. 찜통더위에도 에어컨을 마음대로 켤 수 없을 정도로 전기요금 누진제가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으니 복창이 터질 일이다.
누진제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포털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네티즌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포털에 걸린 전기요금 관련 기사의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7,8월분 전기요금 고지서가 청구된 후 요금 폭탄을 맞았다는 게시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전에는 과도한 전기요금을 우려하는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이른바 전기요금 누진폭탄의 뇌관에 불이 붙기 일보직전이다.
누진제는 요금에는 적용되지 않고 세금에만 적용된다. 전기료는 흔히 전기세로 불리기에 누진제가 적용된다. 그것도 무려 최대 11.7배가 차이 나는 ‘징벌적’ 누진제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40년 전 마련된 것으로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누차 제기돼 왔었다.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산업체에 전력을 지원하고 일반 가정의 절전을 유도하기 위해 전기요금 누진제를 도입했지만 현재 상황과 맞지 않아 매우 불합리하다. 생활여건이 급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40년 전과 달리 대부분의 가전제품이 사치품이 아닌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아 가정에서의 전력 사용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지만 이런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기요금 누진제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전력 사용량 가운데 소량에 불과한 주택용 전기에만 적용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력 사용비율을 보면 주택용은 13.6%에 불과했고 누진제가 없는 산업용은 56.6%, 상업용은 29.8%에 달했다. 은행이나 일반 상가에서는 더위가 무색하게 과도할 정도로 에어컨을 펑펑 틀어대고 있다. 전력사용 비중이 낮은 가정에서만 전기를 절약하라며 징벌적 요금 폭탄을 물리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가정용에 누진율을 높게 붙이는 것은 전기요금을 일반 소비자들에게 사실상 전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난 2014년에는 소비자단체들이 한국전력을 상대로 전기요금 부당이익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현재 법원 판결이 나지 않고 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인지라 법원에서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누진제 구간의 폭을 50㎾h씩 넓혀주는 방식으로 누진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최저 요금과 최고 요금의 차이가 11.7배에 달하는 누진배율은 그대로여서 실질적인 요금 혜택은 미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언 발에 오줌을 누어 보자는 식으로 급한 불부터 우선 꺼 보자는 조삼모사 식의 대책으로 더 이상 국민들을 우롱해서는 안 된다. 누진폭탄을 국민들에게 덮어씌워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