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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며칠 남지 않았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농민들에게 올 추석만큼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 라는 살가운 덕담이 귀에 매우 거슬릴 듯하다.
오는 28일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애끓는 농심이 이미 여기저기서 아우성으로 터져 나왔지만 정부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정부가 ‘김영란법 시행령’을 사실상 원안대로 결정하자 농업계는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은 농축산물 만큼은 법 적용에서 제외하거나 적용기준을 완화해주길 바랬다. 그러나 지나달 29일 열린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의 가액기준을 그대로 결정했다. 전국 농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역경제와 농축산 분야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농민단체는 특히 농축산물을 법 적용에서 배제해도 법 목적이 달성될 수 있는 만큼 농축산물을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나 허사로 끝났다.
농업계는 한 발 물러나 농축산물을 김영란법 적용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 당장 힘들다면 가액기준이라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음식물 가액(3만원)에 대해서는 물가상승에 대한 감안 없이 2003년 시행된 공무원행동강령 가액기준과 동일하게 설정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선물 가액(5만원)에 대해서도 외국산농산물 수입을 촉진하고, 시장개방에 대비해 품질고급화를 추진해온 정부와 농민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수입 농축산물이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농축산물 내수를 위축시킬 또 하나의 장해물이 작동하는 것이다.
김영란법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줄기차게 농축산물 제외를 외쳐왔던 농업계가 이 시점에서 한발 물러나 가액기준 상향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설과 더불어 최대 성수기인 추석대목을 맞았음에도 농축산물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언론지상을 도배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발 빠르게 5만원 이하 제품을 앞다퉈 내놓았지만 기업 등의 구매문의가 뚝 끊겼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관공서나 기업 등도 눈치 보기에 들어가 선물세트 구입문의가 예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말이 있다.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이다. ‘빈데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우리 옛 말도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회자되는 말들이다. 공직자 등의 비리를 규제하기 위해 제안된 김영란법의 유탄을 우리 농민들이 맞게 된 것은 참으로 뼈아프다.
정부는 타 산업과의 형평성 때문에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가 힘들다면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농업계가 아우성치는 이유가 피해를 최소화해달라는 것이지 부정부패 없는 청렴세상 만들기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원안 고수만 얘기할 게 아니라 적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에 대한 논의라도 해야 한다. 오는 6일로 예상되는 국무회의 최종 의결에서 가액기준 상향 등 용단이 내려진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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