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교육/생활
- 지역뉴스
- 기획
- 오피니언
- 사람들
- 포토,영상
- 관심소식
세상이 하루아침에 뒤바뀌어 버린 듯하다. 혹자는 대한민국이 9월 28일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달 28일 0시를 기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깨끗한 사회’로 가는 간단치 않은 실험이 시작됐다. 김영란법의 핵심은 잘못된 접대문화를 뜯어고치자는 것이다. 식사, 선물, 경조사비 등 부문별로 ‘접대’ 혹은 ‘성의’를 보일 수 있는 가격을 사회상규에 맞게 조정, 그 이상 금액을 쓰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한마디로 부정부패 없는 맑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자는 합의 속에 태어난 것이 김영란법이다.
과거 한국의 정(情) 문화에서 선물은 미풍양속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선물을 주고받으며 생활필수품을 조달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끈끈한 관계 유지 등을 위해 과도하게 주고받고, 접대하는 것이 문제였다. 이런 문화는 필연적으로 부정부패를 낳거나 준법 시스템의 정상적 작동을 가로막곤 했다. 한국 사회의 유별난 학연, 지연, 혈연 등 '연줄' 문화가 빚은 일상화된 부정청탁도 문제였다. 연줄 문화는 공정 경쟁을 저해하거나 업무 처리에서 헤아릴 수조차 없는 '반칙'을 양산했다. 힘없는 사람들은 속칭 '빽'을 쓴 사람들과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없었다.
방송과 신문들은 ‘김영란 법’ 시행 이후의 변화된 사회현상과 일상들을 너 나 할 것 없이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언론들은 ‘김영란 법’ 시행 첫 주말, 소비침체가 우려되던 관련업종의 매출 타격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김영란법의 당사자들인 공무원, 대학교수, 언론인 등은 사회 변화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법 위반의 ‘시범케이스’가 되는 일을 피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정감사장 국회의원들은 식사 뒤 밥값을 각자 지불했다. 시·도지사도 조찬 회동에서 예외 없이 더치페이('각자내기')를 했다. 기자들에게 더는 점심이 제공되지 않는다.
그러나 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과 우려도 적지 않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견문발검(見蚊拔劍-모기를 보고 칼을 뺀다)’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도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전국에 400만 명이 넘는 법 적용 대상자들이 지나치게 움츠리는 바람에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법 시행 초기의 일시적인 진통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영세업자나 농어민 등은 생존을 고민할 정도로 뜻하지 않은 난관에 봉착했다. 또 다른 부작용으로는 믿을 수 있는 사람끼리만 만나는 ‘끼리끼리 문화’ ‘소집단 이기주의’의 확산이다. 몸을 사리는 공무원들이 친한 선후배`친구를 가려서 만나기에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그런 조짐이 뚜렷하다. 이렇다면 상대적으로 특정집단만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법 시행 초기에는 어느 정도의 부작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주 대상이 서민층에 집중된다면 곤란하다. 부정청탁과 부정부패로 이익을 얻은 계층은 법 시행 이후 다소 불편하면 그만이지만, 영세업자`농어민은 생존권 문제와 직결된다. 정부`정치권이 서민경제 회복을 위해 소비 진작, 손해보전 등의 정책적인 배려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김영란법으로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해지고 청렴해질 것은 분명하지만, 그 과정에 고통 받는 서민들의 삶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Copyrights ⓒ 전북타임즈 & jeonbuktimes.bstorm.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