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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선미촌 입체적인 재생정책 필요

중국 고사에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있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뜻으로, 세상이 몰라볼 정도로 바뀐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전주시내 집장촌의 대명사 격으로 불렸던 속칭 ‘선미촌’에는 요즘 상전벽해를 실감케 하는 일들이 펼쳐지고 있다.

 


시청사에서 50여m 가량 인근에 위치한 선미촌에는 현재 49개 업소에서 80여명의 여성들이 성매매로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기린대로를 중심으로 주변은 큰 빌딩과 고등학교가 자리하고 있지만 선미촌은 여전히 허름한 도심 속 집창촌으로 남았다. 과거 전주시청 자리가 전주역이었고, 기차 철도가 인근을 지날 때만해도 선미촌은 성업을 이뤘었다. 시대가 그러했고, 그때만 해도 선미촌 주변은 지금처럼 전혀 번성하지도 않았기에 그다지 시비 거리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 일대 또한 상전벽해처럼 화려한 도심 공간으로 변하면서 선미촌은 민원의 중심에 자리했다. 더욱이 불과 몇 백 미터 근방에 있는 한옥마을에 연간 수백만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아오면서부터는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공간이 됐다. 이곳은 50여년의 세월을 전주시와 함께 해왔지만 전주시민들에게 또한 여전히 낯선 곳인 것은 예나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선미촌은 그간 두고두고 전주시의 큰 골칫거리였다.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자니 시민들이나 주변 반발이 거셀 게 뻔했고, 개발하자니 생계를 걱정하는 업주들의 반발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그런 선미촌에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의미 있는 행사가 하나 열리고 있다. 문화예술 행사의 일환으로 한 설치미술가의 작품 전시회가 그것이다. 작품 전시회가 열리는 곳은 전주시가 매입한 선미촌 중심부에 위치한 폐공가다.

 


선미촌 문화재생사업은 김승수 시장 취임과 동시에 시작된 현안이었다. 당장 선미촌 내 폐공가와 성매매업소 등 토지(628㎡)와 건물을 매입해 인권·문화·예술거점공간으로 활용하는 게 목표였다. 선미촌을 인권과 문화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전주시는 수 년 동안에 걸친 고민과 여러 우여곡절 끝에 선미촌 일대를 문화재생사업을 통해 시민들의 곁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선미촌 매입에 착수한 전주시는 5일 폐공가에 문화예술의 옷을 입혀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공개했다.

 


공권력을 동원해 집창촌을 정비했던 기존 관행과 달리 행정과 시민단체들이 힘을 합쳐 문화예술을 통해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의 물꼬가 터진 것이다. 어두운 공간이 인권과 문화예술을 상징하는 장소로 변모한다니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성매매 집결지만을 집중적으로 한 지역 재생정책은 한계가 있다는 사례도 더러 있다. 지역 밖으로 밀어냈던 성매매는 아파트 등 일반 주거지 등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거나 건너편 지역에서 성매매와 관련된 특수음식점 사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타 지역 사례에서 나타나고 있다. 성매매 업소가 위치한 주변 지역을 포함한 입체적인 재생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성매매에 종사했던 여성들이 다시 성매매에 발을 들여놓지 않기 위해선 성매매 피해의 치유와 성장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응 프로그램과 함께 이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 확대도 충분히 검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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