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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의 호남민심 껴안기가 또 바빠지고 있는 모양이다. 대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의 민심 얻기 행보야 나무랄 일이 전혀 아니다. 문제는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그 식상함과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뱀의 혀에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인들마다 호남지역에 오면 항상 직·간접적으로 지역차별 문제를 언급한다. 아직도 영·호남을 은근슬쩍 빗댄 지역차별 발언은 그 어떤 공약보다도 민심을 자극하는 당근으로 유용하게 쓰인다. 매번 선거를 앞두고 지역 문제와 관련해 그 나물에 그 밥의 앵무새 같은 지껄임에도 신기하게도 약발이 잘 먹힌다.
지난 주말 정읍을 방문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세치 혀가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는 정읍 지역 농·축산인 간담회 자리에서 “김영란법 시행 전에 인사와 부정청탁으로 호남인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봤고 나라와 사회가 좀먹었다”며 “부정청탁 법(김영란법) 시행으로 이제는 부정청탁을 할 수 없게 돼 호남지역의 인사 소외의 고리를 끊어주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법으로 부정청탁을 할 수 없게 돼 억울하게 인사 불이익을 본 호남인이 좋을 수 있으며, 지역감정을 완화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과연 그럴까. 호남 인사 소외가 부정 청탁 때문이었을까. 그런 부분도 없잖아 있긴 하겠지만, 호남인사 차별이 마치 호남 외 지역 사람들의 지나친 부정청탁 때문인 양 호도하는 것은 언어도단에 가까우며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이 대표 진의야 그렇지 않았겠지만. 그의 발언을 달리 해석하면 호남인들이 인사에서 소외된 것은 마치 부정청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정치인들의 언어에는 항상 복심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과연 그가 진심으로 호남인들을 위해서 그런 발언을 했을까.
이정현 대표는 누구인가. 그의 지나간 정치 이력을 뒤돌아보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는 호남(전남 곡성) 출신이면서도 과거 20대 후반부터 군부독재 정권에 속한 인물들의 충직한 조력자였고, 그를 발판 삼아 박근혜 정권의 충신 가운데 충신으로 거듭나 여당 불모지인 전남에서 새누리당 소속으로 두 번씩이나 금배지를 달았고, 급기야는 당 대표까지 거머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렇게 정치 인생을 걸어온 그가 ‘호남 홀대론’의 원인이 마치 부정 인사청탁 때문인 양 주장함으로써 또 다시 지역감정을 교묘하게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닌 지 매우 우려스럽다.
호남은 박정희 장군의 군사 쿠데타 후 지금까지 여러모로 차별을 받아왔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차별은 시간이 흐르면서 인재의 이탈까지 겹쳐 이제는 정부의 주요 직책에 호남출신을 등용하려고 해도 그만한 경력자가 없는 지경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다보니 결국 ‘호남소외’라는 단어가 일상어가 되면서 ‘지역차별’ 문제가 우리 정치권의 화두가 된 현실이다. 그리고 이제 정당 지도자들이 ‘호남 껴안기’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
이정현 대표는 김부겸 의원(더민주)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호남 소외가 부정 청탁 때문이라는 이 대표의 발언은 지역주의를 넘자는 정치인이 할 소리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내용을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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