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교육/생활
- 지역뉴스
- 기획
- 오피니언
- 사람들
- 포토,영상
- 관심소식
자치단체들의 ‘금고'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와 같다. 때문에 각 금융기관들마다 자치단체들의 금고 유치에 사활을 건다. 금고 유치 경쟁은 경쟁을 넘어 ‘총성 없는 전쟁’으로까지 비유되곤 한다. 특히 지난 2012년부터 지자체의 금고은행 선정 방식이 ‘경쟁입찰’로 바뀌면서 금고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지방은행뿐 아니라 시중은행까지 금고를 따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일부 금융권의 경우 금고유치에 실패했을 경우 인사상의 큰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금융기관이 지자체 금고를 노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금고를 차지하는 은행(농협)은 대규모 지자체 예산과 자금을 안정적인 재원으로 삼을 수 있다. 지자체는 적어도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조 원을 은행에 맡겨두고, 은행은 이를 대출 재원 등으로 운영할 수 있다. 금고 계약으로 관계를 맺은 지자체가 대형 개발 사업 등을 벌일 때는 함께 참여해서 역시 재원이 되는 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 여기에 지자체 공무원은 금융기관의 이른바 '우량고객'이므로 절대 놓칠 수 없다. 금고 유치로 저절로 새로운 고객 확보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런 점이 지자체 산하 기관까지 연결되면 영업활동의 폭도 덩달아 커지게 된다.
이미지나 공신력 제고에도 큰 몫을 하게 된다. 지방자치단체 금고는 특성상 농협과 해당 지방은행이 가져가는 게 관례다. 지방에서의 금고 선정 문제는 향토은행이란 상징성 확보와 함께 농협 및 지방은행들 간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다. 지방은행들은 경쟁 상대가 지역 단위농협이 아닌, 세금을 서울법인에서 내는 농협중앙회와 싸워야 하는 불리함이 작용한다.
전북은행이 최근 군산시 금고 유치에 실패하면서 안팎으로 시끄럽다. 군산시는 지난 14일 NH농협은행을 제1금고로, KB국민은행을 제2금고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군산시와 전북은행의 40년 넘는 금고 인연이 끊어진 것이다. 전북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군산시장과 군산시의 신의를 저버린 무책임한 행태에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고,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등 원색적인 비난에 나섰다. “오로지 선심성 자금에만 눈이 어두워 시금고가 군산 지역경제와 향토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외면한 채 시중은행을 선정함으로써 군산 지역경제를 파괴하는 자멸행위를 저질렀다”고까지 성토했다.
여기서 노조가 언급한 ‘선심성 자금’이란 무엇인가. 그 중 하나가 금고 협력사업비라는 게 있다. 협력사업비는 금융기관이 자치단체 금고를 유치하는 대가로 지자체에 출연하는 기금이다. 자치단체는 금고 지정을 대가로 막대한 협력사업비를 받아 재정수익을 크게 올리기도 한다. 때문에 경쟁 상대보다 몇 배에 달하는 출연금을 제시하거나 지자체 공무원에게 과도한 혜택을 부과하기도 한다. 규모가 영세한 지방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협력사업비 출혈 경쟁이 과해지다보니 금고 운영과정에서 생기는 손실은 결국 지역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지나친 협력사업비를 낼 경우 금고운영 만으로는 수익 창출이 불가능하다는 게 금융기관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치단체는 협력사업비가 세외수입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지만 그 부담과 피해가 고스란히 지역에 돌아간다는 점에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전북은행 역시 이번 군산시 금고 탈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제는 툭 하면 ‘애향심’에 기댄 호소보다는 도민들과 지자체에 내실 있는 경쟁력으로 다가설 수 있도록 비난에 앞서 자신들을 뒤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
Copyrights ⓒ 전북타임즈 & jeonbuktimes.bstorm.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