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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초우량 기업 삼성의 신뢰

한국에서 재벌이 탄생한 것은 ‘압축 성장’으로 불리는 국가 주도의 빠른 경제발전 틈바구니에서 대기업들이 급성장한 결과다. 삼성, 현대차 등 재벌 그룹들은 그동안 문어발식 확장을 하면서 이리저리 돌려 출자하는 순환출자를 통해 경영권을 행사해 왔다. 그래서 까딱 잘못하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도 있는 취약한 구조다. SK그룹의 경영성과가 미흡하다며 계열사 청산과 경영진 교체를 요구한 2003년 ‘SK-소버린 사태’가 그 대표적 사례다.

 

 

삼성은 현재 위기국면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삼성그룹의 흐름을 좌우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은 연이은 발화사건으로 단종 된 상태다. 갤노트7이 52일 만에 단종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고, 세계 최고의 품질경영을 표방하며 일궈온 글로벌 기업 삼성의 자존심도 땅에 떨어지며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삼성의 품질경영이 어떤 것인가.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임원들을 불러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한 '신경영 선언'이나, 초기 불량이 많았던 무선전화기 약 15만대를 수거해 경북 구미사업장에 쌓아놓고 해머와 불도저로 망가뜨리고 화형식까지 벌이며 힘겹게 쌓아 올린 것이다. 그런 삼성이 이번 갤노트7 사태로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여는 등 삼성은 최근 수년 간 눈부신 성장을 일궜지만 안팎으로 새로운 시대의 도전을 받고 있다. 품질 제일주의 경영을 바탕으로 1등 제품을 만드는 글로벌 일류 기업이미지를 쌓았던 삼성은 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신뢰의 위기는 존재감의 위기다.

 

 

전북은 지금 새만금 지역 삼성의 투자 MOU 무산에 대한 진실규명과 논쟁으로 뜨겁다. 지난 5월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할 계획이 없다’고 전북도에 통보한 뒤 5개월 여 동안 지역 정치권과 언론 등에선 신규 투자 계획 수립과 MOU 진실 규명을 줄기차게 촉구했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국감장에 증인으로 세워 MOU 체결 과정과 배경을 밝히려 했지만 증인 채택은 끝내 불발됐다. 지난 24일에도 전북 국회의원들과 삼성 사장단이 국회에서 삼성의 새만금투자 유치 무산과 관련 간담회를 가졌지만 되레 삼성 측에 면죄부만 주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이날 삼성이 ‘새만금 MOU 투자 백지화’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새만금 삼성 유치를 위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셈이 됐다.

 

 

토지공사가 주택공사와 통합된 LH공사를 진주로 빼앗길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출구전략이 필요한 전라도와 정부가 합작품으로 삼성을 통해 물타기 했다는 세간의 얘기들이 거의 사실로 고착화되고 있다. 만약 그 같은 야합이 사실이었다면 삼성 또한 책임을 통감해야 하고, 명색이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글로벌 대표 기업으로서 수치심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달 2일 갤노트7의 리콜 결정을 알리며 ‘신뢰만큼은 지키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갤노트7을 뛰어넘는 새로운 모델의 개발·성공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단 한사람의 고객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는 사소한 모습 속에서도 신뢰는 싹트기 마련이다. 단순 위기극복을 위한 연극이 아니라 진정으로 소비자 신뢰 회복을 원하고 있다면 답은 멀리에 있지 않다. 기존 고객들의 불만부터 살피는 일, 그 단순함이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새만금 투자 야합도 그 연장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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