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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남용에 억울한 약자

그간 우리 사회에서는 공권력 남용과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개인의 삶이 망가지는 일은 수없이 많았다. 국정원의 간첩 조작을 다룬 영화 ‘자백’은 대한민국이 지난 수십 년간 숨겨온 불편한 진실의 일각을 드러냈다.

 

 

정권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고문으로 간첩을 만들어냈다. 과거의 일인 줄 알았는데 지난 2013년 벌어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일명 유우성 사건)은 간첩 조작이 지금도 계속 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1970년대부터 꾸준히 ‘간첩 조작’은 이루어져 왔다. 비록 더디게나마 재심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지만 국가는 여전히 자신의 폭력적인 과거를 반성하는 데 지극히 소극적이었다.

 

 

경찰이 지적장애인 3명에게 누명을 씌운 ‘삼례 3인조’ 사건이 17년이 지났다. 당시 18~19세였던 이들은 어느덧 30대가 돼서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됐다. 지난 28일 전주지법 제1형사부는 강도치사 혐의로 기소된 최모(38)씨 등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에서 식칼 등 압수품 7점 외에 현장 증거는 없었다. 이들의 진술서와 범행을 재연한 현장 검증 조서가 전부였다. 삼례3인조는 “진술서는 경찰이 써준 것을 그대로 베꼈다. 경찰관들의 구타와 강압 수사로 허위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의 강압 수사 등으로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자백, 옥살이를 했던 이른바 ‘삼례 3인조’가 17년 만에 강도 살인이라는 누명을 벗는 순간이었다. 진범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영원히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이 다행히 진범의 양심선언으로 늦었지만 진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그간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되돌아 온 것은 구타와 허위 자백 압박뿐이었다. 가난하고 못 배워서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이들에겐 자신들의 무고함을 호소할 곳을 찾지도 못했다. 결국 허위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은 징역 3~6년의 실형이 최종 확정돼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만 했다.

 

 

이들에게는 누명을 벗은 것 보다는 수사기관에 의해 삶을 짓밟힌 상처가 더 클 수가 있다. 단순히 억울함만의 상처가 아니다. 삼례 사건은 이들에게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많은 것을 앗아갔다. 검찰과 경찰은 함구하고 있다. 이들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3인의 억울한 사연처럼, 여전히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는 일은 벌어지고 있다. 사법부 모두는 이번사건을 계기로 ‘99명의 범인을 놓지는 한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억울한 죄인을 만들지 말라’는 법언을 꼭 한 번 되새겨 보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관 및 재판부 모두는 이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를 해야 한다.

 

 

물론 법대로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국가가 보상하는 될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의 ‘강압’과, 재판부의 ‘피고인들의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은 다시 한 번 곰곰이 곱씹어 볼 문제다. 이미 12년 전에 목격자가 있었음에도 재심이 기각됐던 ‘삼례 3인조 사건’ 등에서 알 수 있듯 재심의 문턱은 지금도 여전히 높다. 재심 제도 연구를 통한 개선과 재심 사건에서의 법률적 지원도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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