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달러박스였고 국부의 한 축이었던 조선업의 붕괴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에 처해 있다. 현대중공업이 수주절벽의 경영난 타개를 위해 도크(선박건조대) 3곳을 폐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이후 건조물량이 없는 군산조선소 폐쇄가 예고돼 지역경제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연계기업은 87개사 5132명에 이른다. 이미 지난 9월말 현재 6개 협력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703명이 직장을 잃었다. 군산조선소 한 곳이 지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자동차와 농기계·조선업 등 도내 3대 주력산업이 밀집한 군산경제의 침몰은 가뜩이나 침체된 전북지역 경제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 우려를 낳고 있다.
지금 우리는 민주화와 산업화를 한꺼번에 성공적으로 이뤘던 신화를 새로운 질서재편으로 극복해야 할 상황에 몰려 있다.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 빠진 글로벌 조선업은 올 들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쯤해서 ‘말뫼의 눈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웨덴의 도시 ‘말뫼’를 한 번 떠올려 보자.
스웨덴 항구도시 말뫼는 세계적 조선소인 코쿰스가 있던 곳이다. 지난 2002년 조선산업의 급격한 쇠퇴로 코쿰스가 문을 닫으며 이 회사는 핵심설비이자 당시 세계 최대의 골리앗 크레인을 단돈 1달러, 우리 돈으로 1000원에 현대 중공업에 넘겼다. 말뫼 주민들은 크레인이 운송선에 실려 바다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없이 아쉬워했고, 스웨덴 국영방송은 그 장면을 장송곡과 함께 내보내면서 ‘말뫼의 눈물’이라고 했다. 이 크레인은 현대중공업 울산 육상건조시설에 설치됐으며,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육상건조 공법을 성공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말뫼는 1980년대 이후 조선업이 몰락하기 시작하자 1995년 경영진과 노조·지방정부가 협의체를 구성해 6개월 동안 대안을 찾았다. 당시 심각한 파업을 비롯한 극심한 혼란을 정부가 잘 조율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스웨덴 정부·여당은 조선업 몰락 이후 말뫼를 친환경 문화 도시로 탈바꿈 시켰다. 풍력이나 하수 처리 시스템 등에 돈을 투자했다. 또 정보통신기술(ICT)·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 창업과 외국 기업 유치에 있어서도 활발한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조선업의 몰락으로 한때 2만80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2000년 이후 IT 같은 신산업에 투자하면서 6만3000여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 22%에 이르렀던 실업률도 13% 수준까지 떨어졌다. 23만명 수준까지 떨어졌던 인구도 2010년을 넘어서며 30만명을 돌파했다. 스웨덴 말뫼에서 골리앗 크레인을 울산으로 가져올 때 그 장비의 수명이 15년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했다. 영원한 것은 없는 법이다. 모든 것은 변하고 변한다. 15년 전 절망으로 가득한 채 눈물을 흘렸던 말뫼는 현재 친환경 문화도시로 거듭나 미래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으로서의 조선 산업이 중요하고 인력이나 설비 측면에서 여전히 강점이 있다. 조선업을 아예 접은 말뫼의 길을 답습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제는 변화를 택해야 하고 노조와 시민·정부가 합심해 조선업의 경쟁력을 높이거나 신산업을 찾아야 할 때다. 문제가 현실이 되는 순간 민첩한 대응이 어려워진다. 지금부터 예상된 미래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