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을 책임 짓는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를 잘못 선택하면 어떤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는 지를 우리는 요즘 매일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최순실 게이트’(정확히는 ‘박근혜 게이트’가 맞다)와 관련해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에 정치권은 물론 사회시민단체, 대학교수, 심지어 교사와 중·고등학생들까지 나서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대통령을 둘러싼 온갖 비난을 넘어 흉흉한 말들도 넘쳐나고 있다. 명색이 한 나라의 대통령을 향해 ‘사이비 종교’, ‘굿판’, '신내림', '주술사', '빙의' 등의 표현이 거침없이 나온다. 심지어 도올 김용옥은 "박근혜는 최순실 아바타, 무당춤을 춘 것"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의 직위를 박탈한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 자신은 국민들이 요구하는 '하야(下野)'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국민들 마음속에는 이제 대한민국 대통령은 없다.
대통령이 또 전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전국에 TV로 생중계 되는 가운데 두 번째로 국민 앞에 섰다. 지난달 25일 첫 대국민 사과를 한 뒤로 열흘 만에 재차 국민의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특검 수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발생한 의혹 사건으로 검찰 및 특검 수사에 응하겠다고 밝힌 것은 68년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이다. 그것도 생방송을 통해서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이번 최순실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정을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께 돌이키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드려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가족 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다.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를 챙겨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순실씨로부터 도움을 받고 왕래하게 됐다”고 울먹이며 동정까지 호소했다.
하지만 이날 담화로 성난 민심의 파도가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누구의 말마따나 사과는 개인 반성문이 아니다. 사과의 핵심은 진정성이다. 아무리 울먹이며 동정을 구해도 상대방의 가슴에 와 닿지 않는 다면 그건 진정 사과라고 볼 수 없다. 그건 교과서적 수사나 면피용 위장일 뿐이다. 국정운영에 관한한 식물 상태에 빠진 대통령이 할 일이란 진솔한 사죄만이 분노한 국민들을 그나마, 아주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는 것일 진데 이번 대국민사과를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공은 이제 1차로 검찰에게 넘겨졌다. 국민들이 검찰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정치권과 ‘오십보백보’이다. ‘정치 검사’라는 얘기는 상식화 돼 있고, 검찰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것은 아주 오래 전 일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말대로 “검사들이 쥔 칼자루는 법을 우습게 알고 제멋대로 날뛰는 놈들을 죽이라고 국민이 빌려준 것"이다. 검사는 국민들의 호위무사다. 국민호위무사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도둑이 들끓는 것을 막고 강도가 침탈하는 것을 막는 것이 호위무사의 할 일이다. 대통령 특검을 대통령 면죄부용으로 얼버무려서는 결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