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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

박근혜 정권 첫해였던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댓글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혼외자' 논란 등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낙마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가 검찰에 지시하는 가이드라인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라고. 그러면서 그는 "이 정권 들어와서 검찰총장까지 탈탈 털어 가지고 몰아냈다"며 "검사들이 바짝 더 엎드리게 됐고, 검사들이 평범한 직장인으로 돌아갔다"며 검찰이 권력의 시녀가 되어 버린 작금의 현실을 개탄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찰 조사를 담은 사진이 공개돼 국민들이 다시 한 번 공분에 휩싸였다. 기사 속 사진을 보면, 팔짱을 낀 채 득의양양 미소 짓는 표정을 짓고 선 '선배' 피의자 우병우와 공손한 자세로 그 선배를 모시는 듯한 인상의 '후배' 검사들. 그런 모습은 마치 영화 ‘내부자들’ 속 밀어주고 끌어주는 검찰 선후배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우 수석의 안락한 검찰 수사 상황을 본 국민들은 이를 두고 '황제조사'라 명명했다. ‘내부자들’이나, 한 검찰의 기업인과 연결된 비리문제를 다룬 영화 ‘부당거래’ 등과 같은 소재는 단순히 영화 속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흔하디흔하게 나타나고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소위 권력기관이라고 하는 곳들이 국민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에 충성한다. 정의의 사도가 되어야 할 검찰이 면죄부 수사와 하명수사, 가이드라인 수사를 거듭하면서 정권에 무한 굴종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검찰이 힘없는 국민의 인권은 쉽게 짓밟으면서도 권력 앞에서는 시녀 노릇을 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하고 검찰총장은 전체 검찰조직을 장악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검찰은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게 마련이다. 부패한 검찰은 재벌의 불법과 비리에는 관대하고 힘없는 서민들의 인권은 가볍게 여기는 행태를 보여 왔다.

몇 개월 전 진경준 검사장·홍만표 변호사 등의 법조 비리와 관련해 ‘검사장 직선제’ 도입으로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행정부가 임명하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하는 구조에서 검찰은 정치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수사할 가능성도 높다. 때문에 선거를 통해 사법부 조직을 민주화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검사장 주민직선제’ 그리고 ‘독립적인 작은 검찰청이 서로 병립하는 제도’가 전혀 낯선 제도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주 또는 카운티의 검사장이 주민들의 직접투표로 선출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연방검찰청과는 독립된 16개의 주검찰청이 각각 따로 존재해 검찰조직은 사실상 작은 권력기관으로 쪼개져 병립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지난 1960년 헌법이 대법원장과 대법관에 대한 투표선출제를 도입한 바 있다. 현재에도 교육자치를 위해 주민들이 각 지방의 교육감을 스스로 선출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우리도 검사장 주민직선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오래된 명제는 검찰이 스스로 곱씹어야 할 상황이다. 단 한줌도 되지 않는 검사들이 전체 국민들 위에 서서 군림하는 현상이 되풀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 검사장 직선제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한 헌법규정과 헌법이념을 실현하는 매우 헌법적인 제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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