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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국민도 참회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대통령 ‘하야’는 앞서 두 번 있었다. 그중 한 번은 이승만의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4.19 민주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했다. 두 번째는 1980년 전두환의 위협으로 당시 통일주체국민회의 투표를 통해 체육관 대통령이었던 최규하가 자진 하야했다.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결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4.19 민주혁명 과정에서, 그리고 1980년 5월 광주에서, 1987년 6월 민주 혁명에서 희생한 무수히 많은 이들 덕분에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 과정, 과정에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국민이 아무 조건 없이 싸워서 만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다. 그런데 그 시간을 지금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고 있는 권력이 박근혜 정부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미 95%의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속칭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불리는 국정 농단 사태가 빚어지면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계층과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 점입가경이다.

지난 4일 대통령이 두 번째 대국민 사과를 했다. 대통령은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이런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라고 하면서 용서를 구했지만 시민들은 냉담했다.

대통령은 사과담화에서 최순실과 연관된 개인 신변사의 불찰에 대해 사과했고, 검찰수사를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정치공동체의 국가원수로서, 최순실 일당이 공모한 정치범죄에 연루되어 헌법과 국가기강을 유린하고, 국민 혈세가 횡령되도록 방치한 정치적 책임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시민의 분노는 더욱 커져만 갔다. 지난 5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모인 20여만 명의 시민들은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놀라운 일이다. 20만명의 시민들이 평화로운 광장에 모여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광경은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87년 6월 항쟁에서 분노한 시민들이 경찰과 싸웠던 광경과는 전혀 다른 시민행동이다.

지금은 대통령이나 측근의 비리를 문제 삼는 일상적인 반정부 집회를 넘어 새로운 시민세력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전환적 순간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51%의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렸다. 대통령 지지율이 5%로 곤두박질 친 것은 그들의 배신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보여준다.

여론은 권력형 비리를 넘어 국정농단으로 국민주권을 침해한 최순실씨와 이를 용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수치심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국민이 원하면 '하야'해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이든 누구이든 당연한 일이다. 이것이 민주공화국이다.

아울러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51% 국민도 정치적 책임을 지고 뼈저리게 참회해야 한다. 51% 국민도 자신이 속았다는 부끄러움을 대통령 개인에 대한 분노로 과하게 표출하지 말고,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 자신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분담해서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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