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또 다시 ‘입시지옥’ 철이 왔다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치러지는 전쟁이 있다. ‘입시 전쟁’이다. 입시 전쟁을 넘어 ‘입시 지옥’이라고도 한다. 상아탑(象牙塔)은 사어(死語), 우골탑(牛骨塔)도 옛말, 최근에는 대학을 인골탑(人骨塔)이라 부르고 있다. 강준만 교수는 책 ‘입시전쟁잔혹사’에서 “한국에서 가장 치열한 계급투쟁은 노동운동이 아니라 대학입시전쟁”이라고 지적했다.

조정래 작가의 장편소설 ‘풀꽃도 꽃이다’를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성적표에 석차를 기록하는 것은 일본이 유일한데 성적순으로 사람을 줄 세우는 일을 그대로 흉내 내는 나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부 시간이 가장 긴데 학업성취도가 가장 낮고 사교육이 가장 심한 나라. 수능 1점에 인생이 양지에서 음지로, 음지에서 양지로 뒤집히는 나라. 모든 엄마들을 ‘일방적 자식 사랑이 과잉인 욕망 덩어리의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로 만드는 나라. 하루 평균 1.5명의 청소년이 성적을 비관해 자살하는 나라. 교육의 이름으로 아이들을 교실에 묶어놓고 십자가 처형을 받게 하는 나라. 교육부가 교육을 망치고 있는 나라….”

소설에 등장하는 한국 엄마와 입시교육으로 멍들고 죽어가는 청소년의 이야기는 우리 가정의 민낯이나 다름없다.

2개월 전쯤 한국의 교육양극화의 원인을 입시제도로 보고 대학평준화를 지난 9년 동안 요구해온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올해도 전주를 방문했다. '2016년 교육혁명전국대장정'이라는 이름으로 전교조, 민주노총, 입시폐지국민운동본부 등 전국의 32개 단체들은 지난 8월 30일 제주와 목포를 시작으로 대장정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사회가 정점 행복사회로 발전해야 하는데 예전보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교육이 양극화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 이유는 교육이 경쟁과 승자 독식 구조를 고착화시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교육의 핵심은 입시와 대학 서열체제이다"면서 "이를 깨지 않으면 입시경쟁체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교육이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원인이 부모가 자식을 통해 대리 보상을 받으려는 ‘한(恨)풀이’ 교육 구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 사회에는 입시 지상주의 교육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모들이 자신의 교육적 소원을 자식을 통해 성취하려는 ‘한풀이’ 교육 문화가 고착화돼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한풀이 교육이 ‘입시 지옥’ 이라는 기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중·고교는 ‘입시 인간’이라는 정형화된 상품을 생산해 내고 있다.

교육당국은 말도 되지 않는 휴대폰 금지, 교사 2인 시험 감독 따위보다 입시지옥을 없앨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텐데 그게 아니다. 선량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도매금으로 범죄자로 내모는 판국이다. 지금처럼 ‘공부하는 기계’ 양산의 공장 같은 구조 속에서 학교의 인성교육 강화는 그냥 말잔치일 뿐이다. 이 땅의 고교는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는 학교가 아니라 ‘공부하는 기계’를 양산해내는 공장이나 마찬가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단 청소년뿐인가. 대학생도 마찬가지다. 입시 지옥을 넘어서면 취업 시험의 지옥이 기다린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개혁을 해나가야 할까. 교육제도의 쇄신 없이 운영되는 인재 선발은 시대가 발달하고 사회가 진보하는 속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할 진데 이 치열한 대학입시전쟁이라는 계급투쟁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