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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무자비한 침입자 ‘젠트리피케이션’

요즘 도시의 화두는 ‘재생’이다. 그동안 도시가 무분별하게 개발해왔던 과거를 반성하고, 도시와 사람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전국 각처에서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결코 반갑지 않은 무자비한 침입자가 들어온다. 바로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구도심이 번성해 중·상류층이 도심 주거지로 유입되면서 주거비용이 상승한 후, 비싼 월세나 집값 등을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어떤 지역에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확산되며, 결국 기존 노동자계급 주민은 전부 집에서 쫓겨나고 지역의 색채 또한 완전히 바뀌고 만다.

전주 역시 이 무자비한 젠트리피케이션을 비켜가지는 못했다. 한옥마을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주시에서 그동안 1000억원대 이상 쏟아 부은 한옥마을에 사람들이 몰려오고 상권이 되살아나면서 도시재생의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하지만 한옥마을에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수요에 맞춰 상업시설들이 증가하면서 임대료는 가파르게 상승했고 초창기 한옥마을의 독특하고 품격 있는 정취를 조성하는데 기여했던 예술인들은 정작 상승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인접한 동문거리, 서학동 예술인마을, 자만마을 등으로 밀려나야 했다. 문제는 이 곳 들마저도 마치 도미노 현상처럼 젠트리피케이션 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주시가 한옥마을의 성공사례에 힘입어 문화예술거리로 조성하고 있는 동문거리의 경우도 최근 2~3년 새 임대료가 가파르게 뛰면서 예술가들이 다시 내몰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낙후된 지역에 중산층이 유입되면 교육 및 생활수준과 치안이 개선되고, 범죄율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특히 젠트리피케이션 초기 단계에서는 새로운 일자리나 사업기회가 생겨 원주민이나 이주민 서로 경제적으로 ‘윈-윈’하는 결과를 낳는 경우도 많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문제는 젠트리피케이션이 긍정적 효과만을 낳는 단계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세계 각국이나 국내 각 자치단체에서는 규제를 도입하거나 상생 협력방안 마련 등을 통해 파급효과를 차단하려 부심하고 있다.

전주시와 전주지역 공인중개사들이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와 건전한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이번 협약은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조짐을 보이거나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한 예방적 차원에서 마련됐다. 주요 협약 내용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이해와 방지, 지역발전을 위한 상호 공조체계 구축, 건전한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과 관련법 준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예방을 위한 사회적공감대 확산을 위한 공동노력, 젠트리피케이션 예방 정책 추진에 대한 상호 협력 등이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은 도심 상권에 관한 최소한의 권리를 지켜내고자 하는 상생협력 운동의 전략적 모형일 수 있다. 도시재생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공동체 회복과 사람 사는 곳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지나친 상업화와 투기 자본에 휘둘려선 안 된다. 자본의 집중으로 생기는 문제들은 단기간에 해결하려고 할수록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장기적인 완화정책을 실시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지역민의, 지역민을 위한, 지역민에 의한 공유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도시 발전 프레임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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