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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우울한 자화상 폐지 줍는 노인들

노인들이 폐지를 수거해 고물상에 내다 파는 모습은 어느 동네에 가보아도 쉽게 눈에 띄는 우리나라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무상 복지가 판을 치고 각종 수당이 넘쳐나는 대한민국을 낯부끄럽게 만드는 모습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모차에 폐지 줍는 노인들은 없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데, 노인 복지정책은 미비하고 노인 일자리마저 턱없이 부족한 상황 등이 맞물리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보편적인 현상이 돼버린 ‘폐지 수거 노인’에 대해서 한국 사회는 어떤 대책을 마련해 왔을까. 안타까운 사회현상으로만 주목됐을 뿐, 정부나 지자체에서 이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나 정책은 턱없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일하는 노인 인구의 4.4%가 폐지 수거 일을 하고 있다. 무시할 수 없는 비율이지만, 폐지 수거 노인들에 대한 국가적 혹은 지자체의 실태조사는 아직 없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폐지 수거 노인들 중 하루에 8시간 이상 일하는 노인들이 46명(36.2%)이었다. 폐지가 가게나 가정에서 불규칙하게 여기저기서 배출되므로 수거구역을 하루 종일 계속 돌아다닐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할 수밖에 없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 명절 등을 제외하면 하루도 쉬지 않는다고 응답한 노인이 76명(60.8%)이었다.

건강하지 않은 몸을 이끌고 폐지를 수거하러 다니는 노인들에게 도시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은 두려운 장벽이고 힘겨운 고비다. 폐지 수거 노인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의 목소리가 높아가지만, 현재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선뜻 아무도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자원순환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폐지 수집 노인 등 영세 재활용 업계의 수집 환경 및 시설 개선에 예산을 편성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 세부 시행령 등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세금으로 내는 폐기물처분 분담금과 지자체 예산을 폐지 노인 지원에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시행은 아직 요원하다.

전주시의 경우 올해 4월부터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들에게 건강한 삶과 생활안정에 도움을 주겠다며 ‘폐지수거 어르신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뜻 있는 기관이나 단체 등에서도 폐지 노인을 돕기 위한 기금 조성 등 산발적인 노력도 있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현재 우리는 평균 수명이 100세 시대에서 살고 있다. 퇴직 및 실업 이후, 노인이 된 이후 노인 복지의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모두 노인이 되기 때문이다. 생계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한 노인들은 새벽이슬 맞으며 오늘도 위험한 거리를 헤매고 있다. 우리나라의 취약한 사회 안전망, 낮은 복지 수준과 복지 사각지대를 고려할 때 쉬이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고령사회 속 경제적으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노인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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