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온 나라에 벌집을 쑤시고 있는 사이 교육부는 꿋꿋하게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교육부 방침대로라면 국정교과서는 한 달 간 국민 의견수렴과 보완 과정을 거쳐 내년 3월 현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말이 교육부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100프로 박근혜의 뜻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무식한 용감함’이란 한 두 번은 운 좋게 통할지는 모르지만, 종국에는 큰 화를 자초하게 마련이다. 연설문을 읽을 때 초등학생 책읽기 수준을 연상케 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에 남을 만한 어록들을 참 많이 남겼다. 그런데 그 어록들이 기상천외하면서 비이성적인 게 부지기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이맘 때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문제와 관련해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고,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 역사교과서는 우리 현대사를 정의롭지 못한 역사로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며 “잘못되고 균형 잃은 역사교과서로 배운 학생들은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되는 부끄러운 나라로 인식하게 돼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혼’이라는 단어가 그의 전매특허인가 보다. 말인 즉은 뭐 하나 뺄 것 없이 구구절절 옳다. 그러나 ‘혼이 없는 인간’이 이런 말을 했을 경우 얘기는 전혀 엉뚱하게 달라진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혼이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대체 몇 명이나 될까.
어디 그 뿐인가. 박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 예비후보 토론이나 공사석에서 도저히 일국의 대통령 후보라고 보기 힘든 해괴망측한 막말을 하기 일쑤였다. 몇 년 전 “아버지 박정희는 두 번의 구국의 결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중 한번은 일제 강점기 교사직을 그만 두고 만주군관학교에 들어간 일, 또 하나는 5·16을 일으킨 것이라고 했다. 막말은 한 발 더 나아갔다. 1972년 유신헌법 개정을 80퍼센트 이상의 국민들이 지지했으며, 5·16이 구국의 혁명이었다는 것을 전 국민의 50퍼센트 이상이 지지한다고 했다.
요컨대 일제 강점기에 “개나 말처럼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 하겠다”고 혈서를 쓰고 일본군 앞잡이가 된 친일반민족행위도, 정치군인들이 작당해 총칼로 헌법을 유린한 5·16쿠데타도,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부정선거로 통과시켜 전제군주보다 막강한 권력을 누린 유신체제마저 이제는 ‘구국의 결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데 이게 제 정신인가. 그의 말을 종합하면 친일반역과 독재, 인권유린의 역사를 대한민국의 정통으로 삼겠다고 사실상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은 곧 아버지 박정희가 저지른 수많은 역사 범죄를 자신이 대신 속죄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죄악을 대한민국의 영광으로 둔갑시키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했다. 역사를 망각하고 제 맘대로 호도하는 박근혜라는 사람이 이 나라의 수장이라는 게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프기까지 하다. 국민의 함성이야말로 곧 헌법이다. 대통령이든 누구든 이 나라 국민이면 반드시 헌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박 대통령에게는 ‘소 귀에 경 읽기’ 소리일 게 뻔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