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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권하는 사회…빚의 덫에 빠진 가계

흔히 부채는 ‘양날의 칼’이라고 한다. 정부와 기업, 가계가 빌린 자금을 마중물 삼아 투자와 소비를 늘려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경제성장으로 늘어난 소득으로 빚을 갚으면 부채와 성장이 선순환한다. 이때에는 부채비율이 유의할 정도로 높아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구조적으로 낮아지는 시기에는 마중물을 부어도 성장률이 올라가지 않아 빚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가계부채가 1300조 원을 넘었다. 1년 새 130조 원 이상 폭증했다. 무엇보다 규모와 증가 속도 면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가계부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된 셈이다.

‘풍선효과(Balloon Effect)’란 어떤 현상을 억제하자 다른 현상이 불거져 나오는 현상을 말한다.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의 형상을 빗댄 것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옥죄기가 ‘연쇄 풍선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월 은행권 대출심사를 강화하자 저축은행ㆍ상호금융 등 2금융권 대출이 급증한데 이어 최근 상호금융 등 2금융권 대출 심사 규제가 시작되면서 대출수요가 대부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은행권의 대출심사 문턱이 높아지면서 이에 충족하지 못한 가계들이 비은행권 대출, 신용대출 등 규제를 벗어난 여타 대출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3분기말 가계신용을 보면, 비은행권 대출의 비중이 39%로 전년 동기(30%)에 비해 크게 늘었다. 특히 담보 없이 빌려주는 '생계형 대출'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사실 정부가 은행권 대출을 규제하면 2금융권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은 예견된 결과였다. 근본적인 해결책인 소득 증가가 없는 상황에서 대출만 조일 경우 당장 돈이 필요한 서민층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차선책을 찾아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뇌관으로 분류되는 자영업자 대출도 문제다. 서민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이 대부분인 탓에 파산 리스크가 크고, 대출을 받는 목적도 사실상 사업보다는 생계형에 가까워 악성 부채로 갈 가능성이 높다.

가계부채 문제는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처럼 지속적으로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임이 분명하다. 소득만 늘어나 준다면 괜찮겠지만 올해도 경제성장률은 2% 중반에 머무를 거란 전망이 많고 내년엔 오히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게 많은 연구기관들의 예상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활동 인구가 정점에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저성장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 만약 가계부채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미래를 대비해 써야 할 동력을 모두 여기에 쏟아 부어야 한다. 저성장 고령화 시대를 준비해야 할 절체절명의 골든타임에 국가 자원의 상당 부분을 가계부채 해결에 투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부채에 대한 인식이다. 부채에 의존하는 성장정책을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가계 빚 증가를 억제하는 정도가 아니라 전체 규모를 줄이는 걸 다른 어떤 것보다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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