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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우(禮遇)’의 본말을 왜곡하지 마라

무소속 이찬열 의원은 최근 대통령이 자진 사임한 경우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박탈하는 내용의 일명 '박근혜 대통령 예우 박탈법(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은 대통령이 헌정 질서 파괴 등 위법행위나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해 자진 사임한 경우 탄핵이나 형사처벌의 경우처럼 연금 지급을 포함해 경호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예우를 박탈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의원은 "검찰 수사 결과 국정 농단 사태의 몸통이 박 대통령인 것으로 사실상 드러났다"며 "박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하며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받는 게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기에 최소한의 경호를 제외한 모든 예우를 박탈하는 게 마땅하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예우라는 말을 운운하기 전에 먼저 예우란 무슨 뜻인가에 대해 잠깐 살펴보자. ‘예우(禮遇)’의 사전적 의미는 매우 간단명료하다. ‘예의를 다해 정중히 대우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모든 사람을 예우하면서 대하지 않는다. 예우를 받는 대상은 국가나 사회적인 공로, 혹은 추앙받을 만한 인격, 덕망, 품성 등등을 따져 당연히 그럴만한 자격과 자질이 갖춰진 인물이어야 한다. 단순히 ‘지위’가 높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작정 예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극단적인 예로, 예우의 대상을 지위로만 한정한다고 가정해 보자. 조선 역사에 최고의 폭군으로 기록되는 연산군은 한 나라의 최고 권좌에 있었던 사람이기에 예우를 받아야 한다는 황당한 논리가 성립한다. 같은 논리로 일제시대 이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 같은 지위 높았던 매국노들도, 우리의 역사에서 지위를 악용해 민중을 도륙하고 역적질을 일삼은 수많은 악인들도 예우를 받아야 한다. 분명 그건 아닐 것이다.


예우는 또 금전적인 것에 치우치지 않는 법이다. 금전적인 것이라면 그것은 한낱 ‘보상’일 뿐이다. 그러한 예우라면 이는 사전적 의미와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퇴임하면 종종 예우 문제가 거론되곤 한다. 탄핵과 하야 중 어느 쪽이냐에 따라 퇴진 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달라진다는 얘기도 요즘 숱하게 거론되고 있다. 헌데 퇴임 대통령에 대한 예우라는 게 대부분 금전이나 물질적인 것과 결부된다. 연금에서부터 경호, 기념사업, 도서관 건립, 무료진료, 사무실 임대료·유지비, 교통ㆍ통신 등 예우의 범위는 한 마디로 전방위적이다. 이에 필요한 돈은 모두 국고에서 나간다. 온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국민들이 피눈물 흘리며 낸 세금으로 금전적인 예우를 꼬박꼬박 받으며 호위호식하고 있다.


이찬열 의원이 발의 한 내용도 따지고 보면 대부분 금전적인 것으로 한정된다. 이건 예우라는 진의가 왜곡된 것이다. 전두환·노태우 같은 사람들은 관련 법률에 위배됨으로써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예우가 아니라 금전적인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맞다. 예우라는 말은 그렇게 아무에게나 함부로 쓰는 게 아니다. 그저 보상쯤이라고 해야 맞다. 박근혜 대통령 퇴임 후 전직 대통령 예우를 운운하는 것은 심한 언어도단이다. 그냥 퇴임 후 청와대 안방을 누군가 대신해 지켜준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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