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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뜻’을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

"대통령을 모욕하는 것은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년 여 전 국무회의에서 한말이다. 이날 박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도 도를 넘고 있다"며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모범이 돼야 할 정치권의 이런 발언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국회의 위상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민을 모욕했다면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할까. 그것도 돌이키기 힘든 모욕을 말이다.

“짐이 곧 국가다”라는 말을 남기며 절대 왕정의 상징이 된 프랑스 국왕 루이14세. 스스로를 ‘태양왕’이라 부르며 무제한의 권력을 휘둘렀던 루이14세, 혹은 중국 3천년 역사상 유일무이한 여황제 측천무후를 연상하는 그림자가 21세기 한국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박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이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었지만, 끝까지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이야말로 루이14세나 측천무후와 하등 다를 게 무엇인가. 루이 14세와 측천무후는 신하들을 환관, 내시형 충견으로 부릴 정도로 절대 권력을 누리며 만인 위에 군림했다. 박 대통령은 당선 후 불과 몇 개월여 만에 부친인 박정희의 독재정치를 흉내 내더니 곧이어 독재자가 꿈꾸는 황제적 통치자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자체가 어둠의 정치로서 불통이었고, 국민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었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속 챙기기에 바빴고, 이 모든 것들에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이 나라를 지키려는 국민들을 매번 짓눌렀다.

통치철학의 빈곤에다 독선, 전횡, 무능, 무책임, 오만, 자기도취, 무원칙, 고집, 천박성 앞에 헌법적 민주헌정은 껍데기에 불과하고, 주권자인 국민은 왕권체제에 종속된 일개 백성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헌법은 말한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지만 박 대통령은 마치 권력이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처럼 행동을 해왔다. ‘짐이 곧 국가인데 어리로 가란 말이냐’를 되뇌며 밤잠을 설치라고 대통령으로 뽑아준 것은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국민들이 정부통제 권한을 동등하게 나눠가지는 것, 그것이 곧 민주주의다. 루이14세의 절대왕정은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 평등, 자유를 외치던 ‘시민혁명’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던 몇 세기 전에도 시민들의 힘으로 그들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왔던 것이다.

이 나라를 지탱하고 있는 힘은 대기업들의 자본력도, 권력을 휘두르는 정치세력도 아니다. 대기업들 밑에서 일하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 그리고, 삶의 터전에서 착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의 노동력과 혈세로 이 나라가 유지되고 있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하늘의 뜻을 순명하는 자는 살고, 하늘의 뜻을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順天者存 逆天者亡)’고 했다. ‘민심은 곧 천심’인 것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집어 가라앉힐 수도 있다는 진리를 박근혜 정부는 너무나 생생하게 보여줬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이 있다. 국회에서 박 대통령 탄핵이 결정된 이 시점에서 역사의 한 획을 그어줄 한 사람의 진정한 지도자가 간절히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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