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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재량사업비 과연 필요한가

지방의원들의 재량사업비가 또 다시 검찰 수사대상에 올랐다. 검찰이 최근 의원 재량사업비 리베이트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전북도의원의 사무실과 자택 등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A의원이 재량사업비로 추진되는 사업을 몇몇 업체에 맡긴 뒤 리베이트 형식으로 뒷돈을 챙긴 것으로 보고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재량사업비를 둘러싼 업자와의 뒷거래 의혹이 불거진 전북지역 지방의원은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수사가 A의원 뿐 아니라 다른 지방의원까지 확대될 지 여부가 관심거리다.

지방의원들의 재량사업비는 지방의회 출범 이후 항상 시비의 대상이 돼 왔다. 지방자치단체 예산 가운데 민간보조금 중에는 예산서상 부기가 명기돼 있지 않은 이른바 ‘풀(fool)보조금’이 있다. 보조금 중에서 특히 ‘지방의원 재량사업비’란 이름의 풀 보조금은 늘 말도 많고 탈도 많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재량사업비는 예산이 공개되지 않아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대부분 도로정비나 노인 회관 건설, 노인 회관 집기 구매 등에 쓰여 지방의원들의 선심성 사업예산으로 집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재량사업비가 왜 없어지지 않는 것일까. 흔히 재량사업비를 단체장과 지방의원들 사이에 서로 나눠 먹기 식으로 편성한 예산으로 폄하한다. 대표적인 ‘예산 사유화’의 전형이라는 비난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그야말로 집행부와 지방의회 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생예산’인 셈이다. 지방의원들은 자기 지역구를 챙기는 데 요긴한 재량사업비를 집행부에 요청해 매년 증액 편성토록 한다. 자연히 집행부를 견제하고 비판·감시해야 하는 지방의회 본연의 역할은 무뎌질 수밖에 없다. 집행부로서도 적당히 예산을 배정함으로써 조례 개정 등에서 의회의 도움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러다보니 공무원들이 거꾸로 의원들을 찾아가 재량사업비를 쓰도록 권유하는 웃지못할 일도 발생한다고 한다.

선심성 사업, 특혜 및 이권 개입 문제와 함께 또 다른 문제는 재량사업비 집행과 관련 제대로 된 견제나 집행내역이 공개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의원 재량사업비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경우 대부분 정보공개 청구를 해도 관련 내역을 전혀 파악할 길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주민 혈세로 집행되는 재량사업비가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고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의원들이 쌈짓돈 쓰듯 집행돼 왔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물론 재량사업비가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미처 살피지 못한 사업을 지역구 의원이 챙겨서 지역발전을 위해 사용 한다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걸지 않을 것이다. 주민 접촉이 잦은 지방의원들에게는 시급한 마을 숙원사업에 신속히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재량사업비 집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의원들은 주민들에게 집행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사업비를 공개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집행됐다는 주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지금처럼 반발이 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은 공개성과 투명성의 기본원칙에 의해 운용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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