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이라는 말이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계를 맡겨 놓으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뻔하다. 생선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생선을 온전히 놔 둘리 만무하다. 도둑에게 내 집 좀 지켜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도내 자치단체 공무원과 지방의원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단체장이 지인의 회사에 특혜를 준 혐의로 구속되는가 하면 지자체가 발주한 공사를 수주한 건설업체를 협박한 공무원들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지난 15일에는 군수 비서실장을 비롯한 부안군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특정업체에 일괄하도급 하도록 강요한 혐의다. 이날 오후에는 한 전주시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날 고창군청은 압수수색을 당했다.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공직자 비리, 그러나 단언컨대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공직자가 비리에 연루돼 적발되면 속된 표현으로 ‘재수 없어 걸렸다’는 말이 일상화돼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갑(甲)중의 갑’을 꼽으라면 공무원이다. 하다못해 노상에 포장마차 하나 차리려 해도 공무원들의 눈치를 보거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그 권한은 거의 ‘무소불위’에 가깝다. 오죽하면 단체장을 ‘황제’라고 칭하겠는가.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라고, 우리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다. 사자성어로는 ‘상행하효(上行下效)’, 즉 ‘윗사람이 하는 일을 아랫사람이 본받는다는 말이다. 중국어에서는 ‘상량부정 하량왜(上梁不正 下梁歪)’라고, ‘위 마룻대가 바르지 않으면 아래 들보가 비뚤어진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 모두 권력 있고 힘 있는 윗사람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고 잘 처신해야 한다는 의미로, 만약 재물을 탐내면 만 가지 악의 뿌리가 된다는 교훈이다. 일단은 윗사람이 맑고 곧아야 한다. 그러면 아랫사람은 자연히 그를 본받게 된다.
지금도 ‘특별검사제’나 ‘특임검사제’, '특별감찰관제' 같은 고위공직자 비리를 견제할 장치는 있다. 문제는 거의 유명무실하다는 데 있다. 어떤 권력기관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눈치 저 눈치 다 보다 비리 수사가 늘 용두사미로 끝난 경우를 우리는 숱하게 보아 왔다.
공직자 부패는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근원이다. 홍콩은 1974년에 반 부패기구인 ‘염정공서(ICAC)’를 만들어 뿌리 깊은 부패를 몰아냈다. 싱가포르 또한 막강한 권한의 부패방지 기구인 ‘탐관오리조사국(CPIB)'를 통해 공직자 부패 척결에 성공했다. 이 덕분에 2011년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 순위에서 싱가포르와 홍콩은 아시아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고,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고위공직자는 아직도 '탐욕' 그 자체일 뿐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김지하의 시 '오적(五賊)' 가운데 '사적(四賊)’이 공직자들이라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최근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의 중심에도 어김없이 공직자들이 있다. 공직자야말로 직업적 소명의식이 남달라야 하고 법적·도덕적 잣대를 자신에게 스스로 댈 줄 알아야 한다. 국가의 백년지계를 위해서도 부패의 고리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공직자가 ‘생선가계를 맡은 고양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