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교통인프라에 경제원리 적용해서는 안 된다

전주권을 중심으로 전북지역에서 민·관·정 공통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 의제가 있다. 바로 고속철도 관련 문제다. KTX고속철도가 놓이면서 서울에 도착하는 것을 기준으로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뀌었다. 부산, 목포, 여수에서 서울까지 3시간이면 도착한다. 그런 만큼 고속철은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교통수단이 됐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직장인들은 맘만 먹으면 전주에서 서울까지 매일 출퇴근도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호남권에 본격적인 고속철도 시대가 개화하면서 고속철에 대한 호남인들의 관심도 자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호남은 고속철도에서마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영남이나 충청권에 비해 운행 편수가 형편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라선의 경우 고속철도에서의 소외감은 더욱 극심하다. 시대가 흐르면서 철도 역사 위치와 규모 또한 도시 주변 상황과 괴리돼 있어 역사 신축이나 이전 문제도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4년 9월 전북지역 법조계와 정·재계, 사회단체 인사들이 중심이 된 'KTX혁신역사설립추진위원회'가 발족돼 전주권 혁신역사 신설 문제가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아울러 김제역 이전 문제도 함께 공론화 됐다. 전주권 혁신역사와 김제역사 이전 지역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이들은 이후 서명운동과 각종 토론회, 호소문 등을 통해 이 문제를 줄기차게 여론화 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제는 정치권에서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들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호남선 쪽에선 김제역을 대체할 가칭 혁신도시역을 완주 이서에 신설하자는 것이고, 전라선 쪽에선 고속철 전용선로를 건설하고 전주역을 신축하자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장수)은 오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칭 혁신도시역 신설에 관한 토론회를 연다. 용산발 호남선 고속철도(KTX)에 이어 수서발 고속철도(SRT)도 무정차 통과하는 김제역을 대체할 고속철 신역을 전주완주 혁신도시에, 이중에서도 완주 이서쪽에 건설해보면 어떨지 공론화 해보겠다는 취지다. 앞서 국회에선 SRT 면허권 확대, 즉 전라선에도 SRT가 달릴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내용의 특별 결의안이 상정된 상태다. 전주역을 호남권 관문이자, 전라선 거점역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동북아 경제 허브를 꿈꾸는 새만금을 품고 있는 전북으로서는 KTX시대가 갖는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전북지역에서 'KTX 혁신역사' 신설과 김제역 이전, 전라선 증편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KTX시대가 가져다 줄 폭발력 때문이다.

전북에 거주하는 도민이 더 이상 1일 생활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업은 이윤창출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수익성 같은 경제논리를 앞세워 수익이 창출되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이윤을 창출하는데 존재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고 국가안보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존재의의가 있다.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통인프라의 경우 특히 공정해야 한다. 교통인프라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경제논리가 지배해서는 안 된다. 부족한 재원의 우선순위를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눈에 보이는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