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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부패 ‘무관용’ 원칙 필요하다

도내 전 자치단체장 3명이 같은 날 법정에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지난 22일 오전 이한수 전 익산시장과 김호수 전 부안군수, 임정엽 전 완주군수가 차례로 법정에 들어섰다. 이들은 각각 공직선거법위반 혐의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날 항소심에서 공직선거법(방송·신문 등 불법이용매수 및 기부행위)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시장에 대해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군에서 발주한 공사와 관련해 편의를 제공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 전 군수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6,000만원, 추징금 6,000만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임 전 군수에게는 벌금 8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지방자치 20년이 넘도록 전직 단체장 3명이 한날 법정에 서는 기인한 광경은 처음이다. 도내 지방자치의 현주소가 그대로 투영되는 모습이다. 지방자치가 본격화된 지난 1991년 이후 도민들은 선출직 공무원들의 비리와 일탈을 수없이 보아 왔다. 지난 1995년 이후 구속된 도내 단체장은 무려 19명에 이른다. 뇌물 수수, 선거법 위반, 권한 남용 등 사유도 다양하다. 가장 흔한 사유는 뇌물 수수다. 우두머리인 단체장이 그러하다 보니 단체장 부인 등 혈족이나 비서실장 등 주변 인물들의 비리 수위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단체장 비리는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권한에서 비롯된다. 오죽하면 이들을 일컬어 ‘제왕’이라 하겠는가. 주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수행하는 것이 주된 업무인데도 마치 제왕처럼 권한을 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상명하복’의 문화가 군대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공직사회에서 단체장의 한 마디는 곧 ‘법’으로 통하는 게 오늘날 자치단체의 실상이다. 불복종하면 서슬 퍼런 인사의 칼날을 비켜갈 수 없다.

단체장 비리는 개인의 도덕적 해이에 있지만 결국 제왕적 권력에 기인한다. 인사와 예산권을 바탕으로 견제 받지 않은 권한을 무한 행사하고 있다. 단체장은 선거법상 피선거권을 상실할 정도가 아니라면 4년 임기를 보장받는다. 이 때문에 금품 청탁과 로비가 집중되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선출직 단체장들에겐 떨칠 수 없는 유혹이다. 선거 조직을 유지하고, 다음 선거를 치르기 위해 엉뚱한 곳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민 감사제도, 주민 투표제, 부단체장 권한 강화, 입찰제도 투명화, 지방의회의 감시 기능 강화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0년간 독립적인 수사 기구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의 필요성을 줄기차게 주장해왔으나 검찰의 반발과 국회의 의지 부족으로 매번 좌절되어 왔다. 모두 한 통속이기 때문이다. 관련법이 만들어지면 자신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점을 그들은 너무 잘 알고 있다. 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런 저런 허접한 반대 명분을 내세워 유야무야시키고 있다.

대다수 선진국들은 고위공직자 부패에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청렴’은 시대적 의무이며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책임이고 국가경쟁력이다. 청렴도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한다. 청렴문화의 확산은 나부터 시작해서 우리 모두의 노력과 실천을 통해 청렴의식이 사회전반으로 자리 잡을 때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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