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식품업계 가격인상이 '최순실 게이트'라는 최적기를 만난 듯 싶다. 그간 서민의 삶과 직결되는 식품물가의 경우 가격을 올리게 되면 민감한 사안인 만큼 여론의 뭇매도 감수해야 했다. 대표적으로 소주시장 1위를 점하고 있는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11월 말 '참이슬'의 출고가를 올린 이후 가격인상 여파는 무려 3개월 동안 이어졌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온 나라의 이목이 최순실 게이트에 쏠려있는 지금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론의 눈치를 보며 힘겹게 올렸던 가격을 최순실 게이트에 편승해 쉽게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 AI 등 연일 계속되는 악재 소식들이 서민들의 주머니를 옥죄는 가운데 생필품의 물가 인상 소식이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지갑을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 몇 년간 가격을 동결해 온 맥주·탄산음료·라면·빵 등이 제반 비용 상승 등을 견디지 못해 새해를 앞두고 잇달아 가격을 올리고 있어서다. 게다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라는 외부 요인으로 계란 값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 서민들로서는 ‘가격 인상 폭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최순실·박근혜로 인한 국정농단 사건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가격을 올린다는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원가 상승 압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상했다는 것이 각 회사 측의 설명이지만 정부가 제대로 된 국정 활동을 할 때는 가격 인상을 자제해오다가 정국이 혼란에 빠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는 비판어린 시선을 받고 있다.
가격 인상을 주도한 업체 대부분이 시장 1위 업체라는 점에서 시장 전반에 걸쳐 연쇄적으로 가격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의 전례를 보면 선두 업체가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면 후발업체도 제품가격 인상 대열에 통상 합류한다. 자칫 민생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해당 제품 대다수는 서민과 중산층이 애용하는 소비재인 만큼 서민경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업체들의 가격인상을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만은 없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최소 2년에서 4년 넘게 가격을 동결하다가 임차료, 인건비, 물류비, 원부자재 등의 상승을 들어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이같은 인상요인 자체도 일부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문제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100원, 1000원의 가격인상이 이뤄진 제품은 품질, 패키지 등 가격인상 전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오른 가격만큼이나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정치권이 삼성 등 대기업에서 몇 십 억 원씩 뜯어낼 때 서민은 몇 십 원 때문에 할 수 없이 '사재기'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기업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가격인상을 진행하고 있고,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 억제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들만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일련의 사태로 사회가 혼란스러운 만큼 정부나 기업들은 분노한 국민들과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야할 것이다. 서민들의 기대와 달리 외딴길을 걷는다면 언젠가는 이들의 지탄이 자신들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