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수급 불균형 문제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A형 독감이 때 이른 기승을 부리자 일부 병의원에서 독감백신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독감백신을 맞으러 병의원을 찾았던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지역 최대 독감백신 접종기관인 한국건강관리협회는 지난 9월부터 독감 예방 접종을 시작했지만 이달 초 이미 백신이 동이 난 상태다.
독감에 걸린 학생 수가 2009년 신종플루 당시를 넘어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독감의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예방주사 맞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보건당국과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1주일 동안 독감 의심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61.8명으로 전주 대비 77% 증가했다. 독감이 가장 유행했던 지난 2014년 2월 9~15일 64.3명에 거의 근접한 만큼 최대치를 찍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7~18세의 경우 외래환자 1000명당 153명이 독감 의심환자로 판단돼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북지역도 학생 환자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다. 전북도교육청 ‘학교 인플루엔자 발병 현황’에 따르면 도내 학생 22만 6503명 중 지난 23일 기준 50주차 1697명, 51주차 2202명, 52주차에 1586명이 추가로 발병했다.
그러나 접종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보건소의 경우 이미 지난 10월 말 일찌감치 백신을 모두 소진했고 일부 민간의료기관들은 수요 예측이 어려운 점을 들어 물량 확보를 꺼리고 있어 접종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측해 많은 양의 백신을 들여놓았다가 남게 되면 다음 해에 쓸 수 없어 손해를 보게 되는 탓이다. 그러니 민간의료기관들은 백신을 무작정 많이 구매하기도 조심스럽다.
결국 독감백신 공급물량 부족은 수급 불균형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체 백신 물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보건 당국은 물량부족 사태에 대비해 지난해보다 많은 백신을 비축했다. 하지만 지역별 백신 수요 예측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곳과 남아도는 곳이 동시에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걱정이 크다. 독감이 학생층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한 지 오랜데 정부 차원의 대응이 매우 늦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학령기 인플루엔자 의심환자의 숫자는 이미 11월 셋째 주에 유행기준을 넘었지만 주의보가 발령된 때는 지난 8일에서였다. 보험급여를 인정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서 이런 기준이 세워졌다는 설명이지만 너무 시대에 뒤처진 방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백신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백신 수요 예측과 공급 안정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백신 공급이 사실상 민간에게만 의존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유행병은 즉각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는 만큼 정부가 비축량을 늘려 보건소에서도 일반인이 접종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컨트롤 타워 역할이 필요하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