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리던 지난 23일. 온 국민의 이목이 법원으로 쏠린 이날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전국 법원의 형사 재판을 맡는 재판장들에게 한 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1심 주요 형사사건의 재판 중계방송에 관한 설문조사'란 제목으로 '재판장으로서 중계를 허가할 의향이 있는지, 허가한다면 재판의 어느 단계에서 허용할지, 선고를 생중계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6가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법원 내부에선 박 전 대통령 재판 중계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중계된다면 모든 변론을 허용할지, 녹화가 아닌 생방송·인터넷 중계도 허용할지 등에 대해서다.
국민의 수요는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 방청 경쟁률은 7.7 대 1에 달했다.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의 생중계 시청률도 37.73%나 됐다.
현행법상으로도 재판 중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이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법원조직법 제57조와 제5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공개하도록 규정하면서 재판의 녹화나 촬영, 중계방송 등은 재판장의 허가를 받으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하위규범인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고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녹화나 촬영 등을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녹화나 촬영 등을 허가하더라도 그 대상을 '공판 또는 변론의 개시 전'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성수석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국정농단 핵심 3인방에 대한 재판에서도 언론사 등 취재진의 촬영은 개정 전 이들이 법정에 입장하는 장면 등에서만 잠시 허용됐을 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 과정을 전 국민이 볼 수 있도록 중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상 초유의 헌정문란 사태를 초래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재판이라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이 최고조로 달해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재판의 공정성 등에 대한 시비를 차단해 선고 결과 이후 초래될 수 있는 국론 분열도 막아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미국은 워싱턴 D.C를 제외한 50개 주에서 원칙적으로 재판 중계를 허용하고 있다. 영국과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중국 등도 하급심 재판중계를 허용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모든 재판을 인터넷으로 중계하고 있다.
우리 사회엔 불필요한 비밀주의가 너무 만연해 있다. 법원이 보다 자신 있는 태도로 대부분의 재판과 판결을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사법부와 국민과의 거리가 좁혀진다. 만약 프라이버시가 문제라면 당사자의 동의를 받거나 실명 사용을 제한하면 된다. 재판 공개와 관련한 모든 부분은 법원의 1차적인 판단을 따라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앞으로도 흔치 않을 역사적으로 기록될만한 재판이다.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도, 국민의 알권리 충족 측면 등을 고려해 법원이 적극적으로 판단해주길 바란다. 재판 생중계는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