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가장 인간적인 도시, 전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사람이 우선인 도시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니 참 반가운 일이다. 각종 시설과 정책의 계획 단계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사람을 중심에 두는 가장 인간적인 도시를 펼친다는 게 전주시의 정책 방향이다. 무더운 여름 보행자들이 열을 피할 수 있도록 인도변에 그늘막 쉼터를 조성한다거나 겨울철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시내버스 승강장에 탄소발열의자를 설치하고, 자동차보다 사람이 우선인 도로 구축을 위해 도로관리 12개 원칙을 수립해 추진하는 것 등이 좋은 예다.
21세기 도시 경쟁력의 초점은 환경과 문화다. 달리 말하면 도시의 품격, 곧 이미지다. 도시의 이미지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우선은 경관이다. 도시의 아름다움은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결정한다.
아파트가 점령한 도시, 네모반듯한 빌딩…. 천편일률의 건축물이 숨 쉴 공간조차 없이 들어선 도시. 이게 지금 우리나라 도시의 민낯이다. 유럽과 미국, 심지어 말레이시아, 중국조차 건축물의 외관 심사를 해 비슷한 건물은 못 짓게 한다고 한다. 어떤 게 도시를 아름답게 하겠는가. 조급함과 효율성의 산물이 4각 건물이다. 지금부터라도 아파트든, 빌딩이든 곡선을 의무화해야 한다.
또 하나 추구할 목표는 단순함이다. 명품은 간결하다. '단순함이 가장 어렵다. 보탤 것도, 뺄 것도 없을 때 아름다움은 완성된다'. 생텍쥐페리의 말이다. 간단히 말하면 간판, 조명 같은 것이다. 규격만 통일해도 도시는 달라진다. 화려한 원색을 피하고 은은한 자연색을 입혀 보라. 도시의 밤은 한결 부드럽고, 사람들의 마음 또한 편안해진다.
요즘 도시재생이 유행이다. 도시의 성장 과정을 보면 도시 재생은 결국 비움에서 시작돼야 한다. 여백은 곧 삶의 질이다. 자동차에 점령당한 거리, 산 바다 하늘을 가로막은 아파트와 빌딩은 우리를 숨 막히게 한다.
자 이제 어떡할 것인가. 꽉 막히고, 가득 들어선 도시를 비우는 게 출발점이다. 어떻게 채우느냐보다 어디를 비울지 고민해야 한다. 직선의 딱딱한 도시를 곡선의 부드러움으로 바꾸자. 직선은 칼날 같이 섬뜩하다. 죽음의 선이다. 곡선은 안온한 자연성이다. 삶의 선이다. 빠름과 느림, 효율과 비효율의 2분법. 이제 그런 덜떨어진 생각은 접자.
최종적으로는 숲의 도시다. 전주시의 경우 지난 수년 간 푸른 도시 건설에 대한 노력으로 도시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도시 녹화야말로 비움의 문화를 구현할 상징이기도 하다. 숲은 환경이자 문화다. 단순히 그늘만 주는 게 아니다. 숲이 늘어서면 생태가 연결된다. 더불어 그 속에 자연과 시민이 함께 함으로써 삶이 달라진다. 느림과 여백과 여유…. 자연성의 회복은 곧 인간성과 사회성의 복원이다.
전주시가 사람이 우선이고 사람이 주인인 도시 만들기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을 표하며 부디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전시행정에 치우치지 않도록 진심과 정성을 곁들였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