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의회가 또 다시 ‘재량사업비’ 논란에 휩싸였다. 전주지검은 지난 2일 전북도의회 운영수석 전문위원실을 압수수색해 재량사업비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검찰은 도의회 소속 공무원이 도의원의 재량사업비 집행과정에 관여한 의혹을 포착하고 이날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재량사업비는 도의원이나 시군의원이 지역구 숙원 사업이나 각종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특정 용도를 지정하지 않고 재량껏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다. 이 때문에 대표적 선심성 예산으로 분류되면서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전북도의회는 논란이 끊이지 않자 올해부터 재량 사업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공식적으로 재량사업비 명목의 예산은 없지만 전북도의회의 경우 의원 38명이 1년 동안 임의로 쓸 수 있는 예산은 190억 원가량으로, 의원 1인당 5억5000만 원 정도에 이른다. 전주시 등 대부분 기초의회도 의원 1인당 1억 원 안팎을 편성했다.
지방의원들의 재량사업비는 지방의회 출범 이후 항상 시비의 대상이 된데다 관련 예산마저 공개되지 않아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왔다.
흔히 재량사업비를 단체장과 지방의원들 사이에 서로 나눠 먹기 식으로 편성한 예산으로 폄하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산 사유화’의 전형이라는 비난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집행부와 지방의회 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생예산’인 셈이다. 지방의원들은 자기 지역구를 챙기는 데 요긴한 재량사업비를 집행부에 요청해 매년 증액 편성토록 한다. 자연히 집행부를 견제하고 비판·감시해야 하는 지방의회 본연의 역할은 무뎌질 수밖에 없다. 집행부로서도 적당히 예산을 배정함으로써 조례 개정 등에서 의회의 도움을 이끌어낼 수 있다.
선심성 사업, 특혜 및 이권 개입 문제와 함께 또 다른 문제는 재량사업비 집행과 관련 제대로 된 견제나 집행내역이 공개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의원 재량사업비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경우 대부분 정보공개 청구를 해도 관련 내역을 전혀 파악할 길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주민 혈세로 집행되는 재량사업비가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고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의원들이 쌈짓돈 쓰듯 집행돼 왔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물론 재량사업비가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미처 살피지 못한 사업을 지역구 의원이 챙겨서 지역발전을 위해 사용 한다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걸지 않을 것이다. 주민 접촉이 잦은 지방의원들에게는 시급한 마을 숙원사업에 신속히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재량사업비 집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의원들은 주민들에게 집행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사업비를 공개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집행됐다는 주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지금처럼 반발이 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은 공개성과 투명성의 기본원칙에 의해 운용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