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의 아방궁은 호화 궁전으로 무소불위의 권력, 향락과 사치의 상징물이다. 동서로 700m, 남북으로 120m에 이르는 2층의 건물로 동시에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 궁전이었다. 그러나 아방궁은 패망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후생이라는 유생이 “지난날 뛰어난 왕들은 음식은 배부르면 족한 것이요, 의복은 따뜻하면 족하고 궁은 살 만하면 된다고 여겼다. 그 때문에 위로는 하늘로부터, 아래로는 백성들로부터 버림받지 않았던 것”이라고 왕에게 간언했지만 이미 형세는 기운 뒤였다.
한때 지방자치단체 일부 청사들이 호화청사 논란에 휩싸여 국민들로부터 호되게 지탄을 받은 일 있었다. 호화청사 논란은 서로 경쟁하듯 화려하게 청사를 지으려는 출혈경쟁에서 비롯됐다. 청사 근무자와 민원인에 비해 건축면적이 지나치게 크거나, 외관만을 강조한 나머지 에너지 효율을 고려하지 않은 외장재 선정 등 유지관리에 부적합한 것도 많다.
전북도 역시 지난 2005년 덩치 큰 청사를 지었다가 2007년부터 3년간 113억원의 교부세를 삭감당하는 불이익도 당했다. 전북도청은 지하 2층, 지상 18층 규모로 총공사비 1691억원이 들었다. 당시 전북 재정자립도가 22.6%대였음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단순히 자치단체 청사뿐이 아니다. 전북지역은 재정자립도 및 재정상태가 전국 최하위 임에도 불구하고 도내 공공건축물들의 고정 유지관리 비용에만 매년 막대한 돈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도와 14개 시·군 중 도 본청, 전주, 군산, 익산, 완주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가 자체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 진안, 장수, 임실, 부안의 경우 공무원 인건비가 시군 자체수입보다 무려 2배나 더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도가 추진하는 정책사업 중 자체사업 비율 역시 29.5%로 전국 최하위, 정부 보조사업 비율은 53.3%로 전국 1위 등 중앙재정 의존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실정이다. 중앙정부 보조 없이는 현상유지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다. 모든 재정 지표를 놓고 볼 때 뭐 하나 반듯한 것이 하나도 없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전북지역 자치단체들은 지난 2년여 동안 건물 신축에만 3천 600만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더욱이 공공건축물들을 유지 관리하는 데만 해마다 1천500억 가까운 비용을 지출했다. 해당 금액도 3년 새 3배나 증가했다고 하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반 사기업에서야 제 돈 벌어 제 집 화려하게 짓는 데에 가타부타할 일이 없지만 지자체의 공공건축물은 모두 주민의 세금으로 만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막대한 돈을 들여 만든 공공건축물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개발과 건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아야 할 내용이다.
지자체 재정위기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단체장의 대중영합주의와 겉만 번드르르한 과시·전시행정, 치적 쌓기 행태다. 자치단체장들은 본말전도 식 의식을 바꿔야 한다. 지방관공서는 대민 서비스가 핵심 기능이다. 불필요한 시설투자로 인해 자치단체 재정여건이 악화되지 않도록 철저한 지도 감독과 단체장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