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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물가 장보기가 겁난다

고삐 풀린 생활물가가 무섭다. 올해 들어 5개월 째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가뭄과 다시 고개를 든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서민가정의 장바구니에 비상이 걸렸다. 생활물가는 요즘 자고 나면 뛴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르는 생활물가로 서민가계는 허리가 휠 정도다. 인상 러시는 공교롭게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본격화된 지난해 10월 말 이후 최근까지 집중됐다. 지난해 5월 0.8%에 불과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을 기점으로 1.3%로 뛰더니 5월 현재 2%로 다시 올랐다. 이를 두고 국정 공백 상태를 틈탄 업체들의 꼼수 인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올해 들어 매달 2% 안팎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축산물, 수산물, 과일 등 식품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6.2% 올라 올해 1월(8.5%)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공업제품(1.4%), 전기·수도·가스(-1.6%), 서비스(2.0%) 등 다른 부문과 비교하면 먹거리 물가가 두드러지게 오른 셈이다. 식품 물가는 서민들이 생활과 가장 직접 연결된다. ‘식탁 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면 서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실제보다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도 지난해 보다 평균 2.5% 상승했다. 서민들이 높아진 물가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개 물가가 오르는 것은 경기가 좋아진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가계와 기업 등의 수입이 늘어나면 소비가 늘어나 물가가 오른다는 게 일반적인 이론이다. 하지만 밥상물가의 오름세가 멈출 줄을 모른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실제로 수출은 5개월 연속 늘고 있고 생산 관련 지표도 호조세를 보이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정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출호조에 따른 기저 효과는 찾아 볼 수 없고,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바닥이라는 사실은 얼어붙은 소비에서 확인됐다. 현실에서는 경기회복의 온기는 남의 얘기다. 수출이 증가하면 소득이 늘고 이어 소비가 살아나는 등식이 깨진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수출이 늘면서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소비 증가로 이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예전처럼 수출 호조 여파가 내수로 넘어가는 파급 효과가 많이 약해졌다는 뜻이다.

소득은 줄고 생활물가는 오르고, 서민들 고통이 너무 크다. 고소득층은 물가상승에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저소득층 서민들은 허리가 휜다. 경기침체로 궁핍한 서민들에게 밥상물가 안정만큼 위안을 주는 것도 없다.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특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가 민생경제 살리기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물가를 잡지 못하면 실효성은 떨어진다. 민생과 직결된 물가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책이 시급하다. 장바구니 안정이 곧 민생경제회복의 지름길이라는 인식 아래 물가잡기에 당국의 진중한 대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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