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 15일은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이다. 노인학대에 대한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노인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UN과 세계 노인학대방지망이 2006년에 제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날을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정했다. 유엔이 제정한 ‘세계노인학대 인식의 날’을 받아들여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정한 날이다. 아직은 생소한 기념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노인학대 예방의 날은 올해가 첫 해이기 때문이다. 유엔이 세계노인학대 인식의 날을 정한 지 무려 10년이나 지나서야 뒤늦게 노인학대 문제를 공론화시켰다는 사실에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이 낯부끄럽다.
가정폭력의 하나인 ‘노인학대’가 늘어난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더구나 가해자 대부분이 남이 아니라 가족이라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죽했으면 전 세계가 ‘노인학대 인식의 날’이라는 걸 정했겠는가. ‘고려장’이라고 하면 과거에는 노부모를 산에다 버리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면서 노부모를 해외 여행지에 버리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하니 참으로 천인공로 할 일이고, 이것만 놓고 보면 말세가 따로 없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노인학대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될 만큼 심각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아동학대와 더불어 노인학대도 대다수 정상적인 국가에 비하면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그동안 사회적인 관심과 인식부족으로 실제 발생 건수에 비해 신고율이 극히 저조할 뿐이다.
보건복지부의 ‘2016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건수는 1만 2009건이다. 이 가운데 사법기관 등에서 학대로 판정된 것은 4280건으로 전년보다 12% 이상 늘었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만 이 정도이지 실제로 일어난 학대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할 수가 있다.
전북지역 노인 학대행위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전북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올해 도내에서 신고 된 노인 학대 사례는 지난달까지 168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4년 252건, 2015년 316건, 2016년 337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학대 관련 상담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4년 1,839건, 2015년 2,019건, 2016년 2,891건, 2017년(5월 기준) 1,478건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노인 학대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지만 도내 노인보호기관은 전주와 군산 단 2곳에 불과하다. 이 기관은 한 달 평균 수백 건에 달하는 상담과 사례를 분석해 학대 판정 여부를 결정한다. 또 정신과적 진단 및 심리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학대 행위가 심할 경우 임시보호시설 쉼터를 이용하도록 돕고 집중 치료·관리에 들어간다. 하지만 시설이 부족한 탓에 지역 정신 병원, 요양병원 등과 협약해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학대까지 당하는 노인들의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노인학대, 복지 등은 앞으로 사회·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큰 숙제다. 자식이 부양에 대한 부담 때문에 노쇠한 부모를 충동적으로 유기·방임하지 않도록 조기에 개입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