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지방의원 재량사업비 폐지돼야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방의원 재량사업비(주민숙원사업비)에 대해 급기야는 공무원들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삼고 나섰다. 전라북도공무원 노동조합연맹이 최근 공식 성명을 통해 지방의원 재량사업비 폐지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공무원이 지방의원의 행위에 대해 정식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는 경우는 극히 드문 사례다. 공무원들에게 지방의원은 철저한 ‘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무원들이 지방의원 재량사업비를 공식적으로 문제 삼고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재량사업비의 폐단이 많았다는 징표라 할 수 있다.


지방의원 재량사업비는 법령이나 조례에도 근거가 없다. 법령이나 조례에도 근거가 없는 만큼 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을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의원 재량으로 사용처를 정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예산이 집행되었기 때문에 예산집행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 등에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편성과 심의, 집행이 구분되지 않는 예산으로 그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얘기다.


지방의원 재량사업비는 특히 일부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 선거를 의식한 관행적 선심성 예산으로 활용되거나 의원들이 사용처를 선택할 수 있는 점 등으로 인해 뒷거래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고, 이로 인해 구속되거나 벌금형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전북지역과 같은 재정 형편이 어려운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재량사업비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긴급한 현안사업에 필요한 재원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의원 재량사업비가 재정압박 또 다른 요인이 되는 셈이다. 사석에서 얘기를 해보면 의원들조차 재량사업비가 지자체 사업에서 소외되고 빠져 있어 반드시 필요한 사업에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가 그렇지 못하다고 말하고 있다. 선거를 겨냥해 특별히 관리해야 할 단체, 집단 중심으로 사업비가 쓰여 지고 있고, 불필요한 사업비도 상당 부분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재량사업비 관련 문제가 끊이지 않자 전북도의회는 지난 4월 재량사업비를 폐지하기로 전격 결정하는 용단(?)을 내렸다. 그러나 대다수 지자체들은 재량사업비를 그대로 살려놓고 있다.


한마디로 재량사업비는 지방의원에 대한 특권 예산에 다름 아니다. 의원의 낯내기를 위해 편성된 비용이기 때문이다. 집행부 입장에선 지방의회와의 거래성 성격도 짙다. 의원들을 위해 재량사업비를 세워줬으니 집행부에 대한 견제를 나긋나긋하게 대해달라는 무언의 주문인 것이다. 의회에 대한 환심용 사업비요, 의원의 선심성 예산이다. 태생적으로 부패의 곰팡이가 피아나기 딱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러다보니 뒷말이 나오는 게 아닌가.


건전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도 이런 예산은 폐지되는 게 마땅하다. 검은 유혹의 고리를 끊어내고, 집행부에 대해서 할 말은 하는 그런 의정활동을 위해서도 그렇다. 주민의 혈세로 편성된 예산은 시급하고 효율이 높은데 우선 투입돼야 한다. 시급성과 효율성 등을 따져 예산이 편성되고 집행돼야 한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