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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창고, 동네 서점 살려야 한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동네 서점들은 우리나라 지식의 뿌리였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책과 문화를 접했고, 사상을 키웠으며 사회문제에 대해 간접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정권의 심기를 거스른 책들은 소장한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됐다. 인문사회과학서점 주인들은 마치 순번 짜듯 돌아가면서 구속됐고, 풀려나선 또 책을 팔았다. 그런데 권력의 시퍼런 서슬에도 굴하지 않던 이들을 결국 무릎 꿇린 게 있었으니 바로 경영난이다.

동네책방들이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는 뉴스는 꽤 오래전부터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동네 서점뿐 아니라 대형서점들도 명맥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니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서점은 늘 위기였으며 한국인은 언제나 책을 읽지 않았다. 지난 90년대 무렵부터 항상 그랬다. 위기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동네 서점은 더욱 그렇다. 대형 서점 때문에 위기였고, 온라인 서점의 등장으로 인해 위기였으며, 도서 할인제 때문에 위기였다. 도서 정가제가 시행되어 한숨 돌리나 싶었더니 대형 중고 서점 체인으로 인해 또 숨이 막혔다. 디지털 시대와 함께 동네 상권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업종이 레코드 가게와 책방이었다. 많은 자치단체들이 독서진흥 정책은 앞 다투어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책을 구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장소인 서점의 존폐 위기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지식산업의 실핏줄인 서점의 위기가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넘길 일도 아니다. 어디서부터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할까.

전북도의회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동네 책방 살리기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동네 책방이 경영난 등으로 계속 문을 닫고 그 자리를 대형 서점이 채우는 일이 반복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도의회는 최근 국주영은·이성현 의원이 공동 발의한 ‘전북도 지역 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들 의원은 “사람과 지식이 교류하는 동네서점이 골목골목 실핏줄처럼 살아있어야 ‘문화도시 전북’이 가능하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서점의 틈새에서 지역 서점이 경영 안정화를 이뤄 지역의 문화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조례의 요지다. 지역 서점은 전북도에 본사와 방문매장 사업장을 두고 영업하는 서점으로 규정했다. 인문학 강좌·작가와 만남 등 독서 관련 프로그램 운영, 지역 문화공간으로서 지역 서점 활성화 포럼 개최 등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책이 공공재인가 상품인가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논란이다. 한 사람이 여러 번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 누구든 도서관에서 빌려볼 수 있다는 점에선 공공재다. 반면 돈을 지불하고 구매한다는 점에선 상품이다. 공공재이던 상품이던 그리 중요한 건 아니다. 그러나 지식양산의 근간이 생존경쟁에 몰리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오기로 버티고 출혈까지 감내하며 살아남아야 한다면 이미 산업이 아니다. 책 사보지 않는 개인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허울 좋은 지식산업 운운할 때가 아니다. 전북도의회가 단순히 조례 제정에 마물지 않고 보다 실속 있고 현실적인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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