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분야로의 에너지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석탄과 원전을 줄여나가며 에너지 효율 및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 장기적인 호흡으로 단계적인 ‘탈 원전’, ‘탈 석탄’을 추진해나가며 에너지 전환을 추구하는 것은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이다.
문재인 정부가 ‘탈핵’을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선 때부터 공약한 탈핵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탈핵에 대한 정부 의지와 추진 능력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우리는 지난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처참한 광경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후쿠시마에서 목격했듯이 원전은 한번 사고가 나면 그 피해가 국가 존립마저 위태롭게 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영화 ‘판도라’에서 참담한 폭발이 일어난 ‘한별 1호기’의 실제 모델이 바로 국내 최고령 노후 원전인 고리 1호기다. 원래 설계수명이 30년인데 10년을 초과 가동된 게 고리 1호기였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또다시 10년을 더 연장해 가동하려는 시도까지 있었다. 그동안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낮은 가격과 효율성만 앞세웠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 등에 대한 고려는 뒷전이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원전 밀집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전체 25기의 원전이 4개 단지에 집중돼 있다. 전 세계 밀집 원전단지 상위 10개 중에 4개가 모두 우리나라에 있다. 한국은 원전 규모면에서나 밀집도 측면에서 제일 심각한 나라임에도 불구 이전 정권에서는 노후 원전 연장가동과 새 원전 건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탈핵 로드맵을 빠른 시일 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로드맵에는 가까운 미래에 ‘원전 제로 사회’를 이루기 위한 중장기 과제와 실행계획이 담길 것이란 예상이다. 로드맵에는 또 전력 생산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액화천연가스 등 청정에너지를 늘리는 방향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에 앞서 독일이나 대만처럼 에너지, 전력, 산업, 신재생에너지 등 모든 분야의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기구를 꾸리는 게 우선순위이다.
안전성만 따진다면 원전을 없애는 것이 옳을 수 있지만 탈 원전을 외치기 전에 그것이 가능한지 현실적인 여건을 먼저 살펴야 하는 것도 선결 과제다. 아울러 정부가 원전 폐쇄에 따른 전력 부족분을 태양광, 풍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 개발로 대체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열악한 개발 여건에다 기술의 불확실성, 낮은 경제성으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
탈핵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승계돼야 의미가 있다. 이번 기회에 에너지 정책 전환의 의미가 국민 의식 속에 깊고 폭넓게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