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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기부제’ 도입 서둘러야 한다

지난해 4월 규모 7.0의 강진이 덮친 일본 구마모토현에는 한 달 만에 22억8,000만엔의 기부금이 쇄도했다. 전년 기부액의 24배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여서 지진 복구작업에 도움을 줬다. 여기에는 범국민적인 지원이 깔려 있었지만 일본 특유의 ‘고향세’ 납세 영향도 크게 작용했다.

앞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74만명이 649억엔을 기부하는 등 위기 상황일수록 일본식 ‘고향 기부제도’가 빛을 발하는 셈이다. ‘고향기부제’는 도시민이 고향이나 원하는 지자체를 지정해 기부금을 내고 국세 또는 지방세를 공제받는 제도로 일명 ‘고향세’로도 불린다.

일본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고향세를 도입해 지역 세수증대의 성과를 내고 있다. 도입 첫 해 기부 건 수는 약 5만여 건에 불과했지만 2015년 무려 760만 건에 육박하는 등 폭발적으로 늘었다. 기부액도 폭증해 약 81억엔에서 1,500억 엔대로 19배 가량 급증했다.

고향 기부제는 지방자치단체는 재원을 확충하고 출향민은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지역특산품까지 덤으로 제공하다 보니 누가 봐도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답례품도 처음에는 과일이나 야채 등 지역 농산물에 머물렀지만 경쟁이 붙는 바람에 최근에는 PC나 휴대폰에 이어 거액의 상품권까지 등장했다. 정부 차원에서 지자체 간 과열 경쟁을 자제하라며 답례품 규모가 기부액의 30%를 넘지 않도록 요청하고 나섰을 정도다.

전북도의회가 양성빈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실효성 있는 고향기부제법 제정 촉구 건의안’을 이번 제344회 정례회에서 채택, 행정자치부에 정식 건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내에선 지난 2009년 이주영·유성엽 등 여야의원 13명이 관련법 개정안 4건을 발의했지만 중앙정부와 수도권 반발로 모두 무산됐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전북도의회가 다시 공론화해 주목받아왔다. 전북시군의회 의장단에 이어 전국시도의회 의장단까지 공개 지지했다. 중앙정부와 여야 정당에 수차례 건의문도 전달됐다. 대도시, 특히 수도권 집중화를 완화하고 지역균형 발전을 꾀하자는 취지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7년 대선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도시민이 내는 주민세의 10%를 고향으로 돌리는 공약을 한 게 고향세 구상의 첫 시도였다. 이후 2009년과 2011년에 국회에서 고향세법이 발의됐지만 “세수가 준다”는 수도권과 도시권 지자체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현재 도시와 농촌 간에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불균형이 심각하다. 특히 저출산·고령화까지 더해져 상당수 농어촌 지자체가 자체 수입으로는 지역발전을 위한 재정사업에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제 고향세를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열악한 농어촌 지자체의 재정확보와 농축산물 소비 확대를 통한 도농교류 활성화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도 ‘고향사랑 기부제도’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번만큼은 고향세가 도입될 수 있도록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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