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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로 남북화해의 장 열다

남과 북이 태권도라는 하나의 뿌리로 전북 무주에서 화합의 무대를 꾸몄다.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 시범단이 지난 24일 세계태권도연맹이 주최하는 2017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화려한 발차기와 호신술 등을 선보이면서 참석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막식이 열린 무주 태권도원에서 축사를 통해 남북이 스포츠 교류를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통합하고 화합해 나가자고 손을 내밀었다. 특히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과 개막식 동시 입장 등을 제안하며 스포츠 교류를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남북 화합의 손짓은 현재 경색된 남북 관계와 더불어 6.25전쟁 67주년을 즈음해 나온 것이어서 더욱 큰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스포츠 행사를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으려는 것은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구상해왔던 접근법이다. 평창 올림픽 단일팀 구성, 개막식 동시 입장, 공동응원 등을 성사시켜 북한 고위층이 자연스럽게 참석하도록 하고 이를 계기로 무너진 남북 간 정치적 합의 복원을 시도하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이 무주까지 내려와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직접 전달하고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스포츠 교류를 통한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 효과는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서해교전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북한 선수단·응원단 파견으로 극적으로 분위기 전환의 계기를 마련한 전례도 있다. 남북스포츠 교류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에서 꾸준히 이뤄져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박근혜 정부 때 맥이 끊겼다. 이제 이번 태권도세계대회를 계기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평화’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열 차례 가까이 평화를 언급했고 화합과 통합, 하나, 화해, 공존, 번영 등의 단어가 문장에서 빠지지 않고 나왔다. 남북 화합의 바람을 담고 있는 단어 하나하나에 강하고 진정성 있는 악센트를 실어 개막식에 참석한 전 세계 태권도인들과 국민들에게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하지만 우려감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남북 교류협력 확대와 경제통합, 남북기본협정 체결 등을 통한 ‘평화로운 한반도’ 건설을 목표로 내걸었으나 현재 여건은 여의치 못하다. 북한의 잇단 도발로 대북 제재와 압박이 가속화되고 있고, 북한에 억류돼 있다가 송환된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사망으로 미국 내 대북 감정은 악화일로다.

남북 스포츠 교류가 경색 국면의 남북관계를 푸는 데는 한계가 클 수밖에 없다. 남북 정치·안보 관계의 하위에 있는 체육 분야의 특성상 스포츠 교류가 양측 관계 개선의 결정적 변수가 되기보다는 전반적인 남북관계의 영향을 받는 측면이 더 크기 때문이다. 북한 장웅 IOC 위원이 일부 언론에 “스포츠 위에 정치가 있다. 정치적 환경이 해결돼야한다”고 언급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포츠가 정치적 도구로 이용돼서는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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